의사가 마약류 의약품을 스스로에게 처방하는 일명 ‘셀프처방’ 사례가 다수 발생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현장에서의 셀프처방 문제는 지난 몇 년간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다. 셀프처방 시 처벌 규정을 마약류관리법에 명시하는 등 명확한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란 주제의 국회토론회가 18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셀프처방 사례는 매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최연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 이력이 확인된 의사는 총 1만5505명이다. 이들 중 4062명(26.2%)은 3년간 지속적으로 마약류를 셀프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셀프처방 이력이 있는 의사 4명 중 1명은 상습적으로 셀프처방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사의 마약류 셀프처방에 대한 당국의 점검과 제재는 미흡하다. 지난 3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을 점검한 인원은 2020년 26명, 2021년 16명, 2022년 19명으로 총 61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수사 의뢰를 한 경우는 2020~2022년에 걸쳐 각각 19명, 5명, 14명 등으로 총 38명뿐이었다. 이 중 15명이 송치됐고, 15명은 불송치됐다. 수사 중인 인원은 8명이다. 명확한 처벌 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종호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사의 셀프처방에 대한 처벌을 마약류관리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라며 “마약류관리법에 처방 약물의 종류, 횟수, 분량 등에 따라 벌칙 범위를 명시하고,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처벌 수위를 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국가기관이 주기적으로 셀프처방 여부를 조사·감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사 자신에게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필요할 때 다른 의사의 진단 하에서만 처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단 주장도 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의료용 마약류의 셀프처방은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다른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의사의 가족에 대한 처방도 범위를 명확히 하고 대리처방이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는 마약류 관리 시스템 연계나 의심사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이 합리적이다”라고 제안했다.
반면 의사 본인과 가족에게 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하고 투약하는 행위 모두를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지영 법무법인 로이즈 변호사는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 제한을 위반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마련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의사의 셀프처방 행위를 규제하더라도 과잉규제가 되지 않도록 셀프처방 행위를 세분화해 형사처벌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의사도 환자일 수 있다며 셀프처방과 오남용으로 인한 중독은 구분할 필요가 있단 반론도 제기됐다. 민양기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마약류 의약품을 오남용 하는 것이 문제이지 의사 입장에서 마약류 의약품은 다른 약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협도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해 프로포폴 등의 약물을 오남용하는 의사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을 정비 중이다. 김명호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시스템을 통해 마약류 의약품 처방 건수가 상위에 기록된 사람을 찾아서 실제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살피고, 문제로 드러났을 때 경찰·검찰에 사건을 의뢰하고 있다”라며 “의사의 셀프처방 문제는 향후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