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 속 청년 60만…“조기 치료‧맞춤형 지원 필요”

음지 속 청년 60만…“조기 치료‧맞춤형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3-09-20 18:59:01
2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서 ‘고립·은둔 청년 사회 복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약 12만9000명. 지난해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은둔 상태로 추산되는 서울시 청년의 숫자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61만명의 청년들이 은둔 중인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 동안 구직활동 없는 청년 중 정서적, 물리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6개월이 되면 ‘고립청년’, 이 중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6개월 생활하면 은둔청년이라 부른다.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심해졌다. 19~34세 고립 청년 비율은 2019년 3.1%에서 2021년 5.0%로 증가했다. 이들은 고립·은둔의 삶 속에서 식습관 불균형, 불규칙적 수면 등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고립·은둔 청년 사회 복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엔 대한의사협회·사회복지학 교수부터 복지부·여가부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두고 청소년기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성용 대한의사협회 의무 이사는 “청소년기에 고립·은둔 진행을 막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청소년기에는 가족의 틀 안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독립된 자아를 발전시켜 나가는 시기다. 이때 고립·은둔 외톨이가 돼 버린 청소년은 그 이후 성인으로 성장해서도 여러 기능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청년의 사회적 고립 측정 척도 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 사업에 참여한 청년 중 아동청소년기에 최초로 고립감을 느낀 비율이 59%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립감을 느낀 청년도 24.3%였다.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절한 지원 없이 성장한다면 최근 사회적 쟁점인 고립·은둔 청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기에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한 사회적 고립 상태는 중·장년기에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서 ‘고립·은둔 청년 사회 복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고립·은둔 청년 관련 현행 제도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김 관장은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한 전문 기관과 인력에 의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현행 제도로는 고립 상태인 청년이 자발적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는 한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없어 발굴 및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무 이사도 이에 동의했다. 송 의무 이사는 “은둔형 외톨이는 발굴되기 어렵다. 센터를 만들고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자는 말이 많은데, 이들은 기회가 없어서보다 참여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을 치료할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솔지 동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는 “올해 청년기본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다른 세대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률들에 비해 부족하다”며 “국가의 관심이 저조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다만 지원의 내용과 방식에 있어 인식 차이가 있고, 고립·은둔 청년의 양상 또한 개별적인 특성이 강한 만큼 사례 관리를 통한 맞춤형, 개별 지원이 가능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고립·은둔 청년 발굴에 초점을 두고 지원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린 여가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은 “자발적으로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며 “방문 상담지도사를 선정해 지역과 행정 데이터 등과 연계한 뒤 직접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 건강 상담·치유, 자조 모임, 멘토링 등 종합서비스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세희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청년정책팀장은 “내년부터 4개 시, 도 공모를 통해 전담 기관에 사례관리사 등 전담 인력을 두고 고립·은둔 청년 발굴부터 상담 등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및 연계, 사후 관리까지 밀착형 서비스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전국 19~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청년들이 고립‧은둔의 상황에 빠지게 된 계기나 이유, 식습관 및 건강 상태, 부모와의 관계 등 삶의 양상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살펴봤다. 임 팀장은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추진하고자 하는 ‘고립 은둔 청년 맞춤형 지원 시범 사업’의 모델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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