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및 기업의 빚이 늘어나고 자산가격의 고평가 현상이 다시 재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같은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경우 금융-실물 간 상호작용을 통해 실물경제의 위축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정부의 정책대응이 없을 경우 금융불안과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국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말 기준 101.7%로 선진국이나 신흥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도 124.1%로 외환위기(113.6%) 및 글로벌 금융위기(99.6%) 수준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등의 영향으로 명목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감소세를 보이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까지 재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4월 이후 주택가격 반등에 힘입어 주담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은 정부의 정책대응이 없다면 향후 3년간 가계부채가 매년 4~6%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명목GDP 성장률을 연간 4%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명목GDP 성장률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경우 금융안정을 저해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내외 여건이 급변할 경우 디레버리징 가속화와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해 소비 및 투자 위축이 심화될 수 있고, 이는 GDP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출이 빠르게 시장에 풀리면서 낮은 수준을 보여왔던 연체율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출금리 상승,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오르고 있다. 그나마 연체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하더라도 상승폭이 둔화되고 장기평균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정부가 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고 향후 금융불균형 확대 흐름을 완화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의 공급속도 조절과 함께 장기 주담대,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등 최근 대출이 크게 늘어난 부문을 중점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차주단위의 DSR 규제를 정착해나가면서 거시건전성정책 운영 기조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을 관리하고 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적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대한 평가도 금융안정 보고서에 담았다. 정부 대응 등으로 부실 우려가 진정되고,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부 비은행권의 경우 PF 대출잔액 규모 자체는 크지 않으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정부는 한은의 경고를 반영한 듯 최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장기 주담대 관리를 강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축소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여기에 이날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3만호를 포함해 총 5만5000호 수준의 물량을 추가 공급하고, PF대출 보증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