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추석도 남한과 다르지 않아요. 가족들과 민속놀이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 나누기도 했어요. 추석이 다가오면 고향에서 지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죠.”
북한을 떠나 남한에 온 지 6년. 올해 대학 생활을 시작한 탈북 청년 A(20)씨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쿠키뉴스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명절을 맞는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다르지 않다고 한다. 가족과 친인척이 만나 음식을 나눠 먹고 즐겁게 지낸다. 종종 생각나는 고향 땅이지만, 당장은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그리움은 더 깊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누군가는 가족을, 친구를 만나지만, 가족 또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지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가족과 친구를 고향에 두고 탈북한 청년들이다.
탈북한 지 13년 된 김광(29)씨는 중학생 때 한국 땅을 밟았다. 먼저 한국으로 탈북한 부모 뒤를 따라 14살에 홀로 강을 건넜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고, 함께 묘에 가서 조상들께 인사를 드리던 기억이 김씨가 추억하는 북한의 추석 모습이다.
“너무 어릴 때 남한에 와 옛 친구들 기억은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도 친척들 생각은 많이 나요. 북한에선 상황이 좋지 않아 친척집에 옮겨 사는 경우가 많거든요. 친척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요.”
김씨뿐 아니다. 김씨 주변 탈북 청년들은 유독 명절이면 외롭고 쓸쓸해한다. 북에 두고 가족을 두고 온 경우는 특히 힘들어한다. 김씨는 “서로 (명절에 가족) 얘기는 잘 안 꺼낸다. (가족을 두고 온 사람들은) 더 아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 탈북한 A씨와 김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탈북자 대부분은 가족과 흩어져 탈북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친인척이 없이 북한을 떠나온 청년들은 이 땅에서 명절에 홀로 지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탈북자는 3만3981명이다. 이중 2030대 청년 세대는 9935명(29.2%)에 달한다. 20~29세가 2747명, 30~39세가 7188명이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 학교는 매년 추석 전후로 홈커밍데이를 연다. 임향자 교장은 “오랜 시간을 보내온 학교가 탈북 청년들에겐 제2의 고향”이라며 “고향이 그리운 추석 시기에 행사를 진행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 졸업생들이 많이 찾아와서 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임 교장은 추석 연휴를 외롭게 보내는 탈북 청년들을 향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위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