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없었고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논란이 됐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이같이 정면 반박했다.
유 후보자는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에 관해 질의하자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MB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2008년 8월 작성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이 2017년 공개된 이후 불거졌다.
임 의원은 유 후보자가 2010년 문체부 장관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을 보고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백서에 유 후보자 이름이 104번 언급된다”며 “당시 (유 후보자가) 종북 예술인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이 문건을 직접 보고받은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104번 기록됐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백서는 일방적으로 기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 백서를 만든 분들이 얼마나 심하게 조사를 했는지 얘기를 많이 들었고 장관 두 명과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 등이 구속되고 징계받았다”며 “그런데 제 이야기를 104번씩 거론하면서 저를 구속 안 시켰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유 후보자는 거듭 “제가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정말 몇 명이 그런 것으로 배제당했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검찰 등에서 저를 부른 적은 없고 백서 조사에서도 제 의견을 일체 물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의 반성 없는 태도와 발언이 상당히 유감”이라며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 계속해서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사실상 위증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유 후보자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고 저를 반대한다고 또 다른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을 더 많이 생각할 때다. 반대하는 분들이나 반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유 후보자가 장관 재직 당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꺼내들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임된 인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소송에서 진 것은) 절차상의 문제도 있고 해임까지는 과하다고 판결된 분도 있다”며 “그렇다고 그분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이나 전 정부 사람이라서 해임된 게 아니다”라며 “절차상의 문제와 업무적 역량과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니 결국은 다 정치적인 싸움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빠찬스’ 의혹도 언급됐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배우로 활동 중인 유 후보자의 장남이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양정웅 연출의 무대에 자주 섰던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당시 프로 무대 활동 경력이 전무했던 후보자 장남이 2012년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국립극단 공연으로 데뷔하고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배우로 발탁됐다. 공교롭게도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람이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양정웅 연출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 장남은 총 12편의 연극 작품에서 10편이 양정웅 연출이 직접 연출한 작품이거나 아버지와 함께 출연한 작품”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유 후보자는 “국립극단 데뷔 무대는 단역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오디션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실제 관여한 적이 전혀 없고, 또 제 후광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현실을 잘 모르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쪽은 철저하게 자기 실력으로 크는 곳이다. 양정웅 연출과 계속 작업을 한 것은 양정웅 연출의 극단 단원이었기 때문에 그 극단에서 계속 작업을 한 것으로 그 외에 다른 큰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자는 거듭 “지금은 (아들이) 연극보다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거의 단역으로 다니면서 고생하고 있다”며 “아마 위원님 말씀을 듣고 굉장히 억울해 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추궁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엄호 태세에 나섰다. 유 후보자가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나 고소·고발에 연루된 적이 없다며, 적극적인 해명 기회도 부여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유 후보자에게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하는 데 맞느냐. 관련 의혹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유 후보자가 “없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전혀 없는 사실을 갖고 계속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문화정책포럼을 형성하거나 한국문화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이명박 정부 첫 해로 가장 힘 있을 때 대통령실에서 이런 문건이 만들어졌으면 내용들이 대부분 실현이 됐을 것 아닌가”라며 “전혀 그런 게 없다는 자체가 이 문건 자체의 신뢰성이 얼마나 떨어지느냐를 증빙한다”고 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인사청문회는 장관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건데, 아무런 고소·고발도 없었고 이제 와 다짜고짜 ‘블랙리스트의 몸통은 유인촌’이라고 하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황보승희 의원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발간된 블랙리스트 백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문체부가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국정원 원트랙으로 가동됐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