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주목받던 두산로보틱스가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앞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까지 흥행한 바 있어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결국 상장 당일 큰 폭의 오름세로 마감하면서 IPO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이에 상장을 앞둔 후발주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협동로봇 전문 업체인 두산로보틱스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장 초반인 오전 9시 직후 160%가량 급등한 6만7600원까지 도달했으나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면서 공모가(2만6000원) 대비 97.69% 오른 5만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은 3조3317억원으로 부상했다. 기존 로봇섹터의 대장주로 군림하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인 2조7336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다. 상장 당일에 대장주 자리를 갈아치운 셈이다.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상장기념식 행사에서 “향후 두산로보틱스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한 생태계 구축,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로봇(AMR) 기술 내재화 등 협동로봇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이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과 지속성장 가능한 경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흥행을 점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했다. 우선 로봇산업 성장 기대감으로 관련 로봇주들이 급등해 증시 테마주로 부상했던 점이다. 이로 인해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오르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아울러 정부의 ‘미래유망 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로봇 산업 육성 지원이 포함되면서 정책에 의한 상승 동력도 추가됐다. 올 하반기에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공개와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 시행 등이 예정돼 있어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 수요의 중장기적 성장은 불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IPO 과정도 미소를 지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국내 대형 투자기관, 해외 유명 대형 펀드 등이 참여해 약 63조원이라는 올해 최대 규모 딜을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수는 국내 1660개, 해외 260개사로 집계됐다. 특히 노르웨이중앙은행과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부펀드 운용사들이 참여 기관으로 드러났다. 세계 최대 운용사로 알려진 블랙록과 골드만자산운용 등 해외 펀드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후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도 약 520대 1의 경쟁률과 33조1093억원의 증거금이 접수됐다. 이는 올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최대 기록이다. 역대 공모주 청약 증거금 규모 9위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새로 변경된 가격제한폭(60~400%) 상단에 해당하는 ‘따따블’에 도달하지 못한 점을 조명한다. 그러나 따따블은 오히려 우려 요인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희망 밴드 내 공모가로 선정됐다는 것은 범위 내에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적정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모가 대비 주가가 4배가 됐다고 가정해 보면, 하루 만에 가격이 4배로 올랐다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시장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두산로보틱스의 흥행에 따라 향후 후발주자들에 대해서도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은 기관 수요 예측이나 개인 청약, 상장 첫날 주가 흐름 등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두산로보틱스는) 청약에서 받은 공모가 대비 97%에 달하는 굉장히 높은 수익률을 선보인 만큼, 다음 코스피 상장 종목들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