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아냐?” 아이들 보는데 선정성·폭력성…도 넘은 웹툰

“19금 아냐?” 아이들 보는데 선정성·폭력성…도 넘은 웹툰

전문가 “교육당국-가정 관심 필요”
아이들 망친다…유튜브 등에 美교육청 집단소송

기사승인 2023-10-08 06:05:01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 사진=게티이미지

웹툰·웹소설의 선정적·폭력적인 장면이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하는 19세 이용가 작품이 아니더라도 12세, 15세 이용가 작품에서 도구를 이용한 폭행, 성관계 묘사 등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 인증 절차는 따로 없다.

초등학생 4학년 자녀를 둔 김모(40)씨는 “추석 연휴 내내 아이가 보던 웹툰을 봤다가 폭력적인 장면에 크게 놀랐다”며 “15세 이용가인데 성인 인증이 필요한 작품과 수위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 연령 등급은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 규정한 ‘웹툰 연령 등급 분류 자가진단표’를 기반으로, 웹툰 플랫폼과 작가가 사내 규정에 따라 정한다. 플랫폼과 작가의 자유에 달린 셈이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작품이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지 논의한다. 지난달 웹툰자율규제위원회 4차 민원에서 논의된 7개 작품 중 2건은 작품별 연령 등급 검토가 이뤄졌다. 규제위는 이 중 1건에 대한 연령 등급 상향을 권고했다. 연령 등급(12세 이용가)에 적절하지 않은 수위의 폭력적인 장면이 지속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3건에는 서비스 제재 요청이 내려졌다.

다만 강제성이 없어 권고에 그친다. 인터넷 특성상 다양한 독자층이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는 만큼 작가, 플랫폼, 독자가 표현과 유통의 선을 조정하는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웹툰 자율규제 단계. 사진=웹툰자율규제위원회 캡처

부모 입장에선 속이 탄다. 웹툰이 아동·청소년에겐 이미 일상의 공간이란 점은 우려를 키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만화 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을 거의 매일 보는 10대 비율은 32.6%다. 웹툰을 가장 많은 보는 20대(36.8%)와 차이는 4%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은 웹툰 콘텐츠의 적극적인 소비자이자, 위험을 맞닥뜨릴 여지가 큰 당사자인 셈이다. 

부모들은 언제까지 자녀를 통제할 수도,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통제와 아동 권리 사이의 딜레마다. 초6 자녀를 둔 박모씨는 “요즘 웹툰으로 나온 드라마나 영화가 많아 못 보게 할 수가 없다”며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중1 자녀를 둔 최모(40)씨는 “19세 이용가 웹툰을 보는 아이들도 많더라”라며 “통제할수록 더 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이 연령대에 맞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가정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 보장 방안 연구(2022)’는 “아동은 연령대에 맞게 적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동이 유해 콘텐츠에 접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및 행정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디지털 환경이 변화하고 유해 콘텐츠 노출이 늘어난 만큼, 교육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에선 교육청이 틱톡,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을 상대로 아동·청소년에게 중독성 있고 유해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여러 지역(시애틀, 플로리다,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 교수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웹툰에서 오는 자극은 너무 강하다. 글로 읽을 때의 자극보다 그림으로 보는 자극은 더 크다. 과도한 콘텐츠 시청은 독서력을 떨어뜨리고,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가정에서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호자의 역량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웹툰 플랫폼에도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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