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오르면 속수무책”…늘 불안한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난방비 오르면 속수무책”…늘 불안한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기사승인 2023-10-13 06:00:40
게티이미지뱅크

아동복지시설이 지원받는 운영비에 공공요금이 포함돼 있어 난방비 인상 등 물가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운영비는 아동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과 프로그램 운용 또는 돌보고 있는 아동의 양육이나 보호 관리에 필요한 비용 등을 의미한다. 월마다 지급되는 기본운영비와 시설별 보호아동 수를 따져 주는 아동 개인별 지원비로 나눠진다. 영아분유급식비, 학용품비, 중고생 교통비 같은 직접 경비는 물론, 건물 유지비, 의약품비, 차량 유지비 같은 공통 경비까지 모두 운영비에서 지출해야 한다. 난방 연료비와 수도‧전기세처럼 일상 생활에 필수인 공공요금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매년 공공요금이 올라도 운영비 내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다. 운영비는 항목별 금액을 고려해 할당되는 게 아니라, 전체 금액이 한꺼번에 내려오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자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복비 등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이 옷을 껴입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경기도에 위치한 A 시설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가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서 사무실 난방을 끄는 걸 고민 중”이라며 “아이들이 뜨거운 물을 쓸 때마다 요금 걱정이 쌓일 것 같다”고 했다.

한 해 운영비가 전년도에 결정되는 점도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게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국내 각 아동복지시설에 전년보다 1만원 증가한 63만원을 매월 기본운영비로 지급했다. 그러나 난방비가 지난해 4월, 5월, 7월, 10월 네 차례나 인상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아동복지시설에서 난방비를 해결하기 어려우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자체 재정자립도 등 재정 상황에 따라 지원금에 격차가 생긴다. 지난해 10월~지난 2월 지자체별 아동복지시설 난방비 지원금을 확인한 결과, 월 1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차이가 컸다. 어느 지역 시설인지에 따라 겨울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의 거주 환경이 달라지는 셈이다.

지난 2월 강원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바닥 냉기를 피하려고 매트를 깔고 외투를 입은 채 생활하는 모습. 강원지역아동센터협의회

아동복지시설과 달리, 경로당은 냉‧난방비 예산이 별도로 할당돼 있다. 경로당처럼 난방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변수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3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멈춰있다. 당시 심사에선 아동복지시설 운영비에 냉‧난방비가 포함돼 있어 중복 지원 우려가 있고,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도 난방비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하락세였던 실내 등유 가격이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다시 오르는 추세다. 한국석유가스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공시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실내 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7월 1317.58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후 오름세로 전환됐다. 지난달엔 1339.56원, 이번달엔 1389.13원으로 올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의 석유 감산 요인으로 작용하며 기름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B 시설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소식에 집중하고 있다”며 “난방비가 오르면 다른 부분에서 많이 아껴야 해 미리 신경 써서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C 시설 관계자 역시 “운영비는 난방비뿐만 아니라 학생들 교통비 등에도 쓰이는 금액”이라며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늘 불안하다. (운영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미향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난방 같은 주거 환경의 질적 확보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며 “난방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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