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 진정한 변화를 만들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교수를 모시고자 한다”며 “(인요한 혁신위는) 위원회 구성·범위·기한·안건 등에 있어서 전권을 갖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 교수는 195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졸업 후, 1987년 한국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1991년부터 32년간 신촌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으로 근무한 그는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의료 지원에도 힘써왔다. 북한 결핵사업을 위해 형제들과 유진벨 재단을 설립하고 북한에 200여개 결핵진료소를 설치했다. 방북 경력은 29차례에 이른다. 그간의 공로가 인정돼 2005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2012년에는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잘 알려진 인 교수 가문은 4대째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교육·의료사업에 헌신해온 명문가다. 인 교수는 ‘전남 지역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벨 선교사(1868∼1925)의 외증손자이자, 독립유공자인 윌리엄 린튼 목사(1891∼1960)의 손자다.
유진 벨은 1895년 4월 한국에 온 뒤 광주·목포 지역서 활동하며 학교·병원을 설립한 스코틀랜드계 미국인 선교사다. 그는 1895년 전라도 남부지방에서 일제에 고통 받던 조선인을 상대로 포교활동을 했다.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과 할머니 샬롯 벨은 전주와 군산 일대에서 교육·의료사업을 펼쳐왔다.
유진 벨의 아들이자 인 교수의 할아버지인 윌리엄 린튼도 마찬가지다. 22세 때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48년간 전주·군산 일대에서 선교·교육·의료봉사를 했다. 백범 김구 선생 주치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 교수의 아버지인 휴 린튼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휴 린튼은 미국으로 건너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신학대학을 다니던 중 한국전쟁 소식을 듣고 해군 장교로 복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다. 이후 아버지인 윌리엄 린튼의 한국 선교활동을 이어받았다.
인 교수는 특히 ‘호남 인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06년 발간한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책에서도 호남에 대한 애정은 잘 나타난다. 그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의 경계인이지만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내 정체성은 전라도 사람”이라며 “누가 뭐라 해도 순천은 지금도 내 마음의 중심”이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순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인 교수는 DJ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용서와 화합을 실천한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포용의 정신과 존경받는 행동을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제자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 교수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광주와도 인연이 깊다. 당시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인 교수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내려가,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맡았다. 외신 기자들에게는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로 잘 알려져 있다.
고향 순천 홍보에도 앞장서왔다. 인 교수는 지난 4월 개막해 이달 말 폐막을 앞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홍보대사를 맡아 ‘박람회 알리기’에 매진해왔다. 순천의 명소인 순천만국가정원 제1호 명예 홍보대사로 순천의 아름다운 정원을 알리는 데 쉼 없이 노력해왔다.
인 교수는 이날 혁신위원장 인선을 수락하게 된 배경을 놓고 “저는 전라도에서 크고, 전라도를 무척 사랑하는 대한민국 특별귀화 국민”이라며 “당내 활동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살아날 길, 후대에게 어떻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각은 달라도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인선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대다수 인 교수가 혁신적인 인물이라는 상징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혁신위의 성공 조건으로 언급되는 △계파색이 옅은 인물 △전권 부여 등에 충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통합과 지역발전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 끌어안기’가 절실한 국민의힘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은 분이시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 국민의힘을 보는 시각이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아이디어도 제공하시고 통찰력도 발휘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