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 8년간 전기요금 원가를 6000억원 넘게 부풀려 산정하고, 이에 대한 검증도 부실하게 이뤄져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24일 감사원이 최근 진행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 실태 점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 의원이 입수한 감사원 점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5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전기요금 총괄원가 6677억원을 과다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은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해 사용된 구입전력비(연료비 포함), 인건비 등 적정원가에 일정 수준의 적정이윤(적정 투자보수)을 더한 총괄원가 방식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총괄원가가 부풀려지면 그만큼 전기요금에 전가돼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 8년간 과다 산정된 총괄원가를 항목별로 보면 관련 규정에 따라 전기요금 이외의 수익 항목인 기술료 수익 213억원과 전기요금 연체료 6230억원이 적정원가에서 빠지지 않고 그대로 반영됐다. 아울러 유휴자산(67억원)과 한전아트센터 운영비(46억원), 유휴자산 감가상각비(119억원)도 제외돼야 하지만, 그대로 들어갔다.
연도별로 보면 과다 산정된 총괄원가는 지난 2015년 1085억원으로 1000억원이 넘었다가 2016년 823억원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2017부터 2021년까지는 777억원, 792억원, 776억원, 773억원, 731억원으로 700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916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한전의 전기요금 총괄원가 과다 산정 문제를 산업부가 제대로 검증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검증 기준도 일관성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018년 총괄원가 검증에서 ‘에너지 신사업’ 등 6개 항목에 대한 원가 205억원을 규제 서비스와의 관련성이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차감했고, 2019년에도 같은 항목으로 올린 229억원 전액을 차감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2020년 검증 때는 에너지 신사업의 세부 사업인 ‘전력 빅데이터 사업’ 관련 원가 21억원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2021년에는 그동안 인정하지 않던 에너지 신사업 등 4개 항목에 대한 원가 217억원을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라는 사유로 인정해줬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전기요금 총괄원가 인정 여부에 대한 일관성이 결여돼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에 산업부 장관에게 앞으로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구자근 의원은 “산업부가 한전의 전기요금에 대한 검증을 부실하게 해 결과적으로 6677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이 과다청구됐다”며 “철저한 검증으로 국민에게 부당하게 요금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