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證 대표, 증권사 최장수 CEO 입지 ‘안갯속’

최희문 메리츠證 대표, 증권사 최장수 CEO 입지 ‘안갯속’

올해 임기 14년차 ‘증권사 최장수 CEO'…임기 내 가파른 성장세 선보여
내부통제·이화전기 매도·내부자거래 의혹 등 국감서 질타 
“현재 제기된 의혹, 타격 피하기 어려워”…“성장·수익·주주친화 고려 시 공이 더 크다” 의견도

기사승인 2023-10-26 06:00:13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이창희 기자

증권사 현역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진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의 입지가 불안정한 모양새다.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과 내부통제 미흡 등 경영 전략에 대한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최 부회장은 10년 넘게 대표를 맡아오면서 중소형 증권사였던 메리츠증권을 상위권으로 도약시키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는 지난 2010년 4월 대표이사로 임명된 이후 2018년 초 부회장 승진을 거쳐 올해 임기 14년차를 맞이했다. 최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로 남은 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우게 된다.

최 대표가 거듭 연임을 이어간 이유는 철저한 성과보상 원칙에 따른 임원 인사에 기인한다. 이는 비단 메리츠증권뿐만 아니라 메리츠금융그룹을 대표하는 인사 방침으로 확인된다. 주요 경영지표 개선에 기여한 임원 대상으로 인사를 진행해서 지속적인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메리츠증권은 최 대표 취임 전 자기자본 기준 20위권에 머물던 중소형 증권사였다. 그러나 최 대표 취임 이후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최근 6년간 매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는 호실적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대의 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또 지난해 별도기준 순영업수익 중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한 IB부문이 27%를 차지하는 등 해당 시장에 주력했다.

최 대표는 재임기간 동안 별다른 구설수가 없었다. 언론 노출도 되도록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최 대표는 외부에 표출을 잘 하지 않는 은둔의 경영자 스타일이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행보가 무색하듯 올해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화전기 그룹 매매정지 및 사모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내부자거래 관련 의혹으로 출석해서다. 

구체적으로 문제된 사안은 △임직원들의 내부정보 이용 CB 투자 사익 추구 △이화전기 매도 의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성과급 잔치 논란 △부실한 내부통제 등이다.

사안의 중요도별로 살펴보면, 우선 CB 불건전 영업행위가 눈에 띈다. 메리츠증권은 사모 메자닌 강자로 이름이 높다.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기업금융(IB)본부 임직원들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메리츠증권 메자닌 투자는 유독 부실기업에 집중됐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5년간 CB·BW 투자를 통해 자급을 공급한 기업 중 18개사가 거래 정지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금감원의 중간 조사 결과(잠정)에서는 관련 업무 수행 직원들이 직무상 정보 이용과 발행자에 대한 편익을 제공한 점도 나타났다. 

국감 당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메리츠증권이 (문제를 일으킨) 팀 전원을 사직시키며 개인의 일탈로 보고 있다”며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이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이 원장은 “회사 내 정상적인 윤리적 직업윤리나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을 안 했다”며 “투자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업윤리 의식이 결여된 것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도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메리츠증권의 이화그룹 계열 3사의 주식매매 거래 정지 직전 이화전기 지분 전량을 매도함에 따른 미공개 정보 이용과 사전 행동 의혹이다. 이화그룹 계열 3사 주식은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다.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직후 지분율 32.22%에 달하는 이화전기 주식 2469만66주를 모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매도 기간은 5월4일부터 10일까지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면서 확보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것이다. 사전에 알고 있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이용우 의원은 최 대표에게 “김영준 전 이화전기 회장이 거래정지로 약 38만명의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김 전 회장은 차명으로 지분을 분산시켜 놓고 경영권을 행사한 적도 있다”고 말하며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문제는 최 대표가 이화그룹 계열 3사의 경영진 리스크를 몰랐다고 답한 점이다. 최 대표는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해당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투자했다는 답변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거래 상대방이 누군지 몰랐다는 것은 준법감시인이 다 보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 체크를 안 한 것이다”며 “메리츠증권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매주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장단에서 결정한 투자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다만 최 대표는 쟁점인 이화전기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최 대표는 “이화전기가 거래정지되기 3주 전에 주식전환을 신청했다”며 “전환 신청을 하는 순간 담보권이 상실된다. 만약 먼저 예지하고 있었으면 이런 신청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매정지 6일 전에는 이화전기 유가증권 279억원을 추가로 인수했다”며 “또 거래정지 당일 이화전기는 그날 아침에 저희에게 300억원의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 갔다. 이를 통해 높은 확률로 당사는 거래정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대표의 해명 과정에서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이화전기 유가증권 279억원을 추가로 인수했다”는 발언 때문이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은 “현금으로 투자를 진행했냐”고 질의했다.

최 대표는“"회사에서 현금으로 나간 것으로 알고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위증했다”며 “그 회사에 투자한 것이 아니고, 보유한 BW를 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 담보를 전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최 대표가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동안 쌓아온 성과와 기여도를 감안할 때 공적 측면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부 통제 이슈를 비롯해 현재 제기된 의혹들로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메리츠증권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탄탄한 PF 네트워크와 리스크 관리 등 노하우로 안 좋은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했다”며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것은 사실이고, 주주 친화적인 정책도 많이 펼쳤기 때문에 공이 좀 더 크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메리츠증권 관련 조사 진행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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