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예산 정국의 막이 올랐다.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돌입했다. 앞서 정부는 앞서 656조9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로 20년 만의 최소 증가 폭이다.
공청회에는 여야 측 진술인 및 예결위원들이 출석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천승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가 자리했다.
국민의힘은 재정 건정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긴축 기조에 힘을 실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예산이든 늘리면 좋겠지만 예산은 경직성이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서 사회적 약자나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문제 삼으며, 소극적인 재정 운용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많은 선진국이 재정 확충을 통해 거시경제를 적극 관리하고 있고, 시민들의 삶을 지원하고, 증세를 추진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긴축적 통화 정책과 확장적 재정 정책이 현실에서 공존하고 있는데 정부는 재정 건전성의 도그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제시한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내년도 세입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92조원이 책정됐고, 적자 폭은 3.9%”라며 “-3%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을 언급하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정부에서 주장하는 재정준칙 전제를 깨뜨린 것에 대한 반성과 최소한의 해명이나 사과가 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진술인으로 출석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건전 재정에 찬성하는 진술인들은 정권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재정 운영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국가 채무는 660조2000억원(GDP 대비 36.0%)에서 지난해 1067조4000억원(GDP 대비 49.4%)으로 급증했지만 평균 경제 성장률은 2.3%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재정 중독에 의한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재정 지출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통화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정부 지출 증가는 현재 한국에서 경기 부양에 효과적이지 않다”며 건전 재정 기조에 찬성했다.
반면 대외 요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건전 재정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류덕현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긴축 재정 기조에 대해 “올해같이 경기 하강이 심화하고 세수가 저조한 상황에서 경기 위축을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는 정책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16.6% 삭감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류 교수는 미래 성장 동력인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16.6% 줄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감안한 기술 지원, AI(인공 지능)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폭적 지원 등 미래 성장 기반 마련과 관련된 투자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예결위는 오는 3일과 6일 경제부처 심사, 7∼8일 비경제부처 심사, 9∼10일 종합정책질의를 각각 진행할 계획이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여야는 오는 14일부터는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서 증·감액 심사가 진행하고, 오는 30일까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한 뒤 예결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거쳐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12월 1일 예산안은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예산안 본회의 처리의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