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1호 안건인 ‘대사면(징계 일괄 취소)’ 안건을 수용해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 징계를 취소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홍 시장은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이라며 격분을 표했고, 이 전 대표도 “할 말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표,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취소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1호 안건인 ‘대사면’의 일환이다. 이번 사면 대상자는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을 포함해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까지 모두 4명이다. 대사면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참패 이후 꾸려진 혁신위의 1호 혁신안으로 당내 쇄신 의지를 반영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과하지욕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한철인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홍 시장은 혁신위의 사면 움직임에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하겠다는 제스쳐 취한들 내가 그걸 받아 주겠나”, “대통령이나 하는 사면 운운하며 주접떤다”며 불쾌감을 드러내온 바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채널 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별로 할 말이 없다. 지지율이나 올려라. 아주 모순이다”라며 “당의 김민수 대변인은 방송 나가서 ‘이준석 제명해야 지지율 3~4% 오른다’고 하고 있는데, 이 판단(징계 철회)대로라면 이상한 사람 아닌가”라며 “김 대변인이 맞으면 저를 제명하면 되는 거고, 김 대변인이 이상한 소리한다면 당장 잘라야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징계 철회 직후에는 국민의힘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당의 인사와 관련해 “임명직 당직자 사퇴한다더니 다시 슬그머니 한 달도 안 돼서 들어오는 것을 보니 1. 사람이 없군. 2. 먹고 살만해졌다고 생각하나 보군 3. 역시 노답(답이 없다), 세 가지”라며 “오늘 인선 보고 대부분 그저 오만과 편견에 갇혀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김철근 전 정무실장도 징계 취소 결정에 “혁신위의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 조치는 사실상 반혁신 조치”라며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데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먼저 꺼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며 “(혁신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