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까지 당에 변화가 없으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하며 변화의 움직임을 예고하면서다. 내년 총선 구도를 흔드는 돌발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 라이브 방송에서 여권 내부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 총선을 한다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위험하다고 확신한다”라며 “신당 창당은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다. 12월 말까지 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구제척인 시점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준석 신당’ 시나리오는 여당에 위협적이다. 창당이 현실화하면 총선에서 보수표 분산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는 탓이다. 중도층 확장 및 수도권 표심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국회 주도권을 뺏어오기 위해 한 석이 아쉬운 국민의힘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당장 인요한 혁신위가 ‘이준석 포용’에 나선 점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20대 총선 38석을 거머쥐며 ‘녹색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사례가 재소환되고 있다. 당시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호남 지역 중진들이 뭉친 사례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석권하고,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를 득표하며 원내 제3당으로 진입했다. 최근 국민의힘 혁신위가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등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공천 탈락 위기에 놓인 중진들이 보수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신당이 등장할 경우 보수표를 뺏기는 등 큰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비례정당만 만들어도 내년에 정의당보다 의석 수가 많을 것”이라며 “나아가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도 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섣불리 창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7년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비박계 의원 30여 명을 중심으로 탄생했다. 개혁보수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20~30대의 지지를 받았으나 해산 전까지 ‘지지율 10%’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명계 접촉설’에 선을 긋는 목소리도 나왔다. 4선 중진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비명계는 제가 만나고 있다. 만나본 분들은 ‘헛소리다’ 이렇게 얘기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설사 탈당한다 하더라도 그분들이 이 전 대표와 함께 뭘 도모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지도부와 친윤 의원들이 혁신위 권고를 따를지 여부도 신당 창당의 변수로 꼽힌다. 당 주류 인사들이 혁신위 권고를 수용할 경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번 주 중 인 위원장이 (지도부 등) 불출마 권고 내용을 포함한 2차 혁신안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수도권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가 접전하는 지역이 많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할 경우, 국민의힘은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이 전 대표가 비명계와의 화합에 성공하는 등 빅텐트에 성공한다면, 여당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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