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는 이제 ‘이창호’ 하기까지 단 3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하루 전인 12일 롤드컵에 준결승에서 T1이 ‘최강’ 징동을 꺾고 결승에 오르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때아닌 이창호 열풍이 불었다.
이창호 9단은 ‘한국 바둑 국보’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로 과거 연승전(이긴 사람이 질 때까지 경기하는 방식) 방식으로 치른 국가대항전에서 이른바 ‘상하이 대첩’을 일궈낸 바 있다.
상하이 대첩이란 한국은 이창호 9단이 홀로 남고 중국 3명, 일본 2명 남은 상황에서 이 9단이 중⋅일 최강자 5명을 추풍낙엽처럼 베고 한국에 우승컵을 안긴 사건을 뜻한다. 이때 무대가 된 곳이 바로 중국 상하이였다.
롤드컵에 갑자기 이창호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뭘까. 유일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생존 팀인 T1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가 바둑의 상하이 대첩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전용준 캐스터는 롤드컵 준결승 현장 생중계 당시 T1을 놓고 “바둑 상해 대첩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죠. 이창호 기사님이 역스윕한 다음에, ‘다른 한국 기사들을 모두 꺾었다 하더라도 이창호가 남아 있다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다.’ 우리 쪽으로 다시 말씀드리자면, 다른 LCK 팀들이 모두 꺾였다 하더라도 T1이 남아있다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월즈입니다”라고 말했다.
전 캐스터의 해당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일종의 신조어인 ‘이창호 하다’(상하이 대첩처럼, 홀로 남은 한국 선수가 중국을 꺾고 한국에 우승컵을 안기는 것)는 단어 뜻 설명부터 바둑계에서 15년 이상 정상에 군림한 이창호 9단과 T1을 이끌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이 꾸준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 이 9단과 닮았다는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이제 롤드컵 팬들의 이목은 고척으로 쏠린다. T1이 바둑 상하이 대첩을 잇는 롤드컵 ‘고척 대첩’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T1과 WBG의 결승전은 오는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오후 5시부터 펼쳐진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