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늑장 못기다려”... 천안시 ‘정당현수막 지정게시대’ 설치

“충남도 늑장 못기다려”... 천안시 ‘정당현수막 지정게시대’ 설치

대구·인천·광주·울산·전남 의회들 ‘자제 조례’ 제정
시의장 대형육교 현수막에 “천안시의회 역행” 비난

기사승인 2023-11-22 13:10:03
최근 천안시내 네거리에 ‘정당현수막 지정게시대’가 등장했다. 난무하는 정치인들 현수막 때문에 미관 저해 등으로 시민 민원이 이어지자 천안시가 고육지책으로 시내 10곳에 우선 설치한 것이다.

천안서북구청 관계자는 22일 “현수막 난립지역인 시청사거리와 북부지하차도, 두정로사거리 등 관내 5곳에 정당현수막 지정게시대를 설치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동남구청도 관내 5곳에 게시대를 설치하고, 시 본청과 세부적인 시행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천안시가 최근 시청사거리에 설치한 ‘정당현수막 지정게시대’.  세부적 시행안이 정해지는대로 정치인들 현수막이 게시될 예정이다. 조한필 기자

천안시의 정당현수막 게시대는 충남도가 다른 광역지자체와 달리 정치인 현수막 규제 조례 제정에 늑장을 부리는 가운데 설치한 것으로 효과 여부가 주목된다.

시 관계자는 “몇 달 전 각 정당 지역 사무소와 현수막 지정게시대 사용 및 거리 게시 자제를 협의한 바 있다”면서 “당시 정당 관계자들은 소속 당원 정치인들이 호응할지 미지수라며 난색을 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시 예산을 들여 전용 게시대까지 설치했는데 조금은 자제하지 않겠느냐”고 바람을 전했다.

천안시가 최근 시청사거리에 설치한 ‘정당현수막 지정게시대’(왼쪽). 오른쪽에 여전히 지역 정치인들 현수막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조한필 기자

충남도와 달리 다른 광역지자체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0일 정당 현수막 정비 조례안을 통과시켜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지정게시대에 4개 이하만 달 수 있도록 했다. 인천, 광주, 울산 등도 비슷한 내용의 조례안을 이미 만들었다. 전남도의회도 정치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이 20일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어간 상태다. 정당현수막은 지정게시대에 게시하고, 각 정당별로 읍면동에 2개 이하로 게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지방의회 움직임과 달리 천안시의회의 경우, 최근 정도희 의장이 자신의 출판기념회 홍보 현수막을 왕복8차로 대형 육교 여러 곳에 게시해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 14일 천안의 왕복8차선 남부대로 육교에 걸려있는 천안시의회 의장 출판기념회 현수막.  “다른 지역 의회들은 정치인 현수막 자제 조례를 제정하는 상황에서 천안시의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조한필 기자

천안=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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