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주요 생필품을 중심으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업계는 정부 지침이 나오는 대로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슈링크플레이션 관계부처(기재부‧농식품부‧산업부‧해수부‧식약처),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과 간담회를 열고 슈링크플레이션 현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뜻한다.
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12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또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23일부터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해 제보도 접수한다.
또 소비자원은 물가 대응을 전담하는 기존 조직도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조직 관련)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선 12월 연말이 돼야 확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자와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해 단위 가격·용량‧규격 등의 변경 시 사업자가 스스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관계 부처에게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보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일종의 기만적 행위로,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엄중하다”면서 “시장 동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각 정부부처는 슈링크플레이션 행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제재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4일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경영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공정위 등이 제품 내용물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17일 “정부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과 관련해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가진 기업에 대해선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통화정책 제어가 충분히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이 압력이 양을 변화시키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같은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가 관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독점력을 가진 업체가 사실상 가격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공정당국에서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며 “일반적인 모든 품목 관리는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독점력을 가진 상품에 대해 이같은 조치를 하는 건 타당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식품업계는 구체적인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공통된 입장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정부 지침이 나오진 않아 답하기 어렵지만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면 잘 준수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향후 제조업체와 협의를 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상품운영과 프로모션을 협의하고 진행해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