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과학기술을 연구노트로 담아낸 기록물 ‘이재난고(頤齋亂藁)’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
고창군은 이재 황윤석(1729~1791)의 친필 일기로 문집의 초고본이자, 과학자의 연구노트인 이재난고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고 23일 밝혔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기술에 관한 역사적‧교육적 가치가 높고, 후대에 계승할 필요가 있는 자료를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등록‧보존‧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현재 42건이 등록돼 있다. 올해 등록자료는 총 16건으로, 이재난고는 과학기술사 분야에 해당된다.
이재 황윤석은 조선 영·정조대 전라도 흥덕현(현 고창군 성내면)에서 출생, 10세부터 53년 동안 ‘난고’라는 제목의 일기를 썼다.
이재난고에는 500여만 자에 달하는 기록으로 과학기술 자료가 담겼다. 그는 성리학자이자 실학자로 수학, 천문학, 지리학, 역사학, 언어학, 기술사 등 다방면에 걸쳐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산학(算學), 천문학(天文學) 등은 일찍부터 많은 연구자의 주목을 받아 연구가 진행돼왔다.
이재난고에는 조선의 온천, 제련법(製鍊法), 구리의 분류와 배합 비율의 변화, 광물과 광산, 식물의 명칭 연구, 의학이나 물산 등 방대한 자료라 담겼지만 아직까지 정리와 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재 후대에 서유구(1764~1845) 등의 실학자가 대부분 외국자료를 인용했던 바와 달리 이재난고에는 인용 기록과 당시 상황까지 파악해 기록, 조선시대 과학기술사의 보물창고로 평가된다.
특히 ‘윤종기(輪鐘記)’에서는 자신이 관찰한 자명종(自鳴鐘)을 상세히 서술하고 작동원리를 방대한 도표로 기록,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홍대용의 혼천시계를 복원할 때 이재난고에 담긴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재난고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은 고창군이 올 4월 신청해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서류검토, 서류심사, 현장조사, 예비심사, 의견청취, 종합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등록됐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이번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을 통해 조선의 타임캡슐로 인정받는 ‘이재난고’가 과학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게 됐다”고 말했다.
고창=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