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아시아나·KDB생명 매각 난항…HMM은 순항할까

산은, 아시아나·KDB생명 매각 난항…HMM은 순항할까

KDB생명 매각 5번째 불발…재매각 논의는 미정
아시아나 기업결합 지지부진…EU 승인 받아도 미·일 심사 남아
HMM 인수전, 하림 VS 동원 2파전…6조원 초반 가격 낮춰

기사승인 2023-11-28 06:00:25
산업은행 제공.

KDB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의 인수합병(M&A)가 연이어 삐걱대고 있다. 이번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KDB생명 매각이 또 다시 무산된 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서 유찰을 피하는데 성공하며 동원그룹과 하림그룹 ‘2파전’ 그림이 그려지며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예상했던 연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추진한 기업 구조조정이 연달아 난항을 겪고 있다. 6월만 해도 강 회장은 연내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KDB생명과 아시아나항공에서 발목을 잡혔다.

특히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또 다시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번 매각 실패까지 총 다섯 번째다. 지난달 18일 하나금융지주는 KDB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구조조정 기업인 KDB생명의 인수를 철회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입찰 공고를 낸 뒤 다섯 번째 KDB생명 매각에 나섰다. 이에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올해 7월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실사작업을 진행했지만 인수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하나금융은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재무건전성을 올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신 지급여력비율(K-ICS)은 67.5%(경과조치 적용 전)으로 보험업법 상 기준(100%)를 하회한다. 부채도 상당하다.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16조2846억원이다.

산업은행에서는 ‘6수’에 도전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는 설명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 재매각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계속 갖고 있을지 재매각할지는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반대에 가로막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분리 매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과 영구전환사채 조정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도 미국과 일본의 경쟁 당국의 심사가 남아있다. 미국 법무부는 경쟁 제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게 될 경우 소송을 제기한다. 만약 소송으로 이어지면 사실상 무산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 이사회가(화물사업 부문을) 살리기로 의결하면 또 국민의 혈세 또는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뜻대로 상황이 풀리지 않게 된 셈이다.

그나마 HMM만큼은 M&A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때 유찰이 거론될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3일 진행된 HMM 본입찰에는 하림과 동원그룹 2개 후보가 참여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 과정까지 거친 LX인터내셔널은 높은 인수가와 해운업 불황 등으로 막판에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 우려했던 유찰은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했던 하림과 동원 측이 자산을 끌어모아 HMM 매각가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HMM의 매각 가격은 한때 최대 8조원까지 거론됐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업계와 시장의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매각 예상 가격을 6조원대 초반으로 낮추면서 순조로운 매각 작업이 가능해졌다.

채권단은 늦어도 12월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기업들의 재무 상태, 경영 능력, 해운사업 운영계획 등을 종합 검토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두 곳의 자금조달계획과 향후 사업 시너지 효과가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한 쪽이 유리하겠지만, 산업은행도 HMM 인수 후 경영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세부적인 부분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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