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각 당 주요 인사들이 신당을 예고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제3지대 지지율의 원인으로 거대양당의 피로감이 지목됐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유승민·이준석·김종인 등이 창당(보수신당)할 경우 어느 당을 지지하겠냐’고 묻자 국민의힘(32.0%)과 더불어민주당(31.0%)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뒤이어 보수신당 13.0%, 지지정당 없음 12.8%, 잘모름·무응답 2.1%, 기타정당 6.2%, 정의당 2.9%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대상에게 ‘이낙연·김부겸·정세균 등이 창당(진보신당)할 경우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이냐’고 묻자 더불어민주당 30.6%, 국민의힘 26.1%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후 진보신당 14.0%, 보수신당 9.0%, 무당층 8.4%, 기타정당 4.6%, 잘모름·무응답 3.7%, 정의당 3.2% 순으로 집계됐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빅텐트’가 완성될 경우 지지율은 23.0%로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 민주당과는 7.6%p 격차가 벌어진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연대 가능성을 남겼다. 그는 KBS라디오 ‘특집 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어느 것도 닫아두지 않고 열어놓고 생각하겠다”며 “이낙연 전 대표의 활동을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민주당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0일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위기에서 구할 문제의식과 충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이든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단지 일에 순서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제3지대의 지지율은 거대 양당의 정쟁이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2년간 싸워온 양당의 태도에 유권자들이 피로감이 너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빅텐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측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신당이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로 이어진 정쟁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며 “일반적인 유권자가 볼 때 정치권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양당의 피로감이 극한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로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선택된 것”이라며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하니 괜찮은 대안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적 성향이 너무 다르다”며 “한쪽은 온건한 민주당을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건강한 보수를 바라보고 있다. 둘이 합쳐지면 빅텐트 화력이 되려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도 “거대양당 체제에 국민적 거부감이 나타났다. 합리적인 정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염원이 합쳐진 것”이라며 “정당투표 체제라면 더 높게 지지율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많은 분이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에 대한 염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무선 90.0%)와 전화면접(유선 10.0%)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2.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3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