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둔화를 틈타 수입 하이브리드차가 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 폐지된 저공해차 구매보조금이 국산차와 수입차의 판매량 차이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입차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은 7만9500대로 지난해 6만6704대보다 19.2%가 늘었다.
점유율도 26.3%에서 32.6%로 늘었다. 전기차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판매 속도가 둔화하면서 하이브리드차가 대신 이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 하이브리드차 국가별 브랜드 판매량은 유럽 2만833대(84.2%), 일본 2205대(8.9%), 미국 1702대(6.9%) 등이다.
모델별로는 BMW 520 모델이 1108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이어 BMW 530 xDrive(643대), 렉서스 ES300h(562대), 볼보 XC60 B5(497대) 등의 순이었다.
브랜드별 등록 순위(테슬라 제외)에서는 벤츠가 7168대로 BMW(7032대)를 제치고 넉 달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볼보(1640대), 아우디(1392대), 렉서스(1183대), 미니(997대)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용량 배터리와 외부 충전장치를 갖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의 경우 국산 판매 차종이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 2021년 폐지한 PHEV 구매보조금이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500만원이었던 보조금을 폐지했다.
같은 기간 독일은 순수 전기차(BEV)와 함께 PHEV의 정부 지원금을 한해 2배로 올리고 오는 2025년까지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 단가가 높다. 따라서 보조금 지급이 안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가 꺼려지게 된다”며 “국산차 브랜드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시를 소극적으로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주요 국가의 정책적 온도차가 국내 PHEV 시장 잠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국내 PHEV 시장과 달리 글로벌 PHEV 시장 규모는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의 경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차량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전체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중형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의 신형 모델을 13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별는 다양한 차종 출시로 고객 니즈를 맞추기 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수입차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뛰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한 반일 감정 변화가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량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선도 있다.
그는 “업계에서는 지난해보다 반일 감정이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수그러들었다는 평가가 있다”며 “렉서스와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