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는 큰 정치인이 없어”
호남 정신을 대표하는 호남 출신 정치인의 탄생을 바라면서도 내년 총선 현역 의원 물갈이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불신’이 만들어 낸 이중적 모습으로 분열하는 민주당에 대한 강한 우려 담겼다.
지난 18일 KBC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는 호남 광주 현역 의원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바라는 지역 민심이 두드러졌다. 조사를 진행한 총 5개 지역구(광주 동남갑·을, 서구갑·을, 북구갑)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바라는 곳은 3곳이었다. 현역 의원이 앞선 2곳도 2위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였다. 결국 현역 의원에 대한 만족도가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의 정치적 본향인 호남은 DJ 이후 큰 정치적 인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 후보급이 아니더라도 호남 정신을 투영하는 이가 민주당 전면에 등장해 정치 국면 때마다 역할을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뚜렷한 인물이 없다.
특히 현재 광주·전남 지역 의원은 대다수 초선 의원들로 구성돼 있어 큰 정치인 발굴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연임이 필요하지만, 물갈이 여론이 형성되면서 그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유일한 중진은 이개호 의원이고, 재선도 보궐선거로 원내 진입한 송갑석 의원 한 명뿐이다. 초선이 주류임에도 물갈이론이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초선 의원들이 전혀 초선답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현역 의원의 지지율 부진은 우선적으로는 의원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크다. 다만 민주당에 대한 강한 반감과 친명 후보 선전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호남은 민주당이 일치단결된 채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바로 잡길 바라고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모습에 불만이 쌓이고 있고, 이를 현역 의원에 대한 지지 철회 형태로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 친명 원외 후보들의 자극적인 선전전도 현역 의원 선호하지 않고 정치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 현안을 두고 정책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누가 더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사람인지를 홍보하면서 실력보단 인맥 위주의 장외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마치 친명임을 적극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교체할 대상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총선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이용빈 의원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호남 지역 친명 출마자 12명 추천 명단’을 올리고는 “치졸한 민주당 텃밭 호남의 창피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친명 인사로 불리는 인사지만 친명 선전전이 결코 당과 한국 정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사실상 표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현역 의원에 대한 호감도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남을 대표하는 큰 정치인을 만들고 싶은 지역 정서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보다 정치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2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DJ 이후 호남에 거물급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지만 거대 양당의 적대적 구조 속에 혐오 정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서 강한 정치 불신이 생기고, 한 게 무엇이 있느냐는 심리로 현역 의원 교체론이 커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초선이 과반인데 물갈이론이 또 나온 것은 그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유력 정치인의 뒤에 숨거나 줄을 서는 정치는 국민이 바라는 정치가 아니다. 이를 극복해야 큰 정치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