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결혼한 조모(31)씨는 ‘인천에서 애 낳으면 1억원 지원’이란 기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가 지원금을 받아도 매년 치솟는 물가와 집값 때문에 아이를 낳고 생활하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억원 지원’ 등 각 지자체에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청년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는 모양새다.
저출생 가속화로 인구 계획에 적신호가 켜지자 각 지자체에선 출산 장려 정책을 전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인천시는 지난달 18일 인천에서 출생하는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1억원을 지원하는 ‘1억+i dream’을 발표했다. 서울시도 지난달 28일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청년들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아무리 지원이 많아져도 출산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출산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는 조모씨는 “아이를 낳으면 커리어와 안정적인 가계 경제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만으로 애를 돌보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외벌이 3인 가구로 사는 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실제 지원받는 금액이 보이는 것처럼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억+i dream’은 정부가 지원하는 부모급여, 아동수당 등 정부 지원금 7200만원에 인천시가 2800만원을 추가 편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천사 지원금’ 총액 1040만원, ‘아이 꿈 수당’ 1980만원, 임산부 교통비 50만원 등을 증액했다. 그러나 천사 지원금은 1~7세까지 연 120만원, 아이 꿈수당은 8~18세까지 월 15만원(연 180만원)으로 분할 지급된다. 결국 추가 지원금은 연 150만원 안팎에 그친다.
여성인 청년들은 출산 후 자녀 양육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 33.5%가 저출생 원인으로 ‘여성의 높은 양육 부담’을 지목했다. 또 여성 60.8%가 ‘향후 자녀 출산 계획이 없음’이라 답한 것으로 볼 때, 양육 부담이 비출산의 대표적인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양육 부담을 줄이려고 도입한 서울시의 ‘일·육아 동행 근무제’ 역시 반응이 좋지 않다. ‘일·육아 동행 근무제’는 유아기(0~5세)에는 하원지원형(주 5일 오전 8시~3시 근무)과 등원지원형(주 5일 오후 1시~7시 근무) 등을 선택하는 제도다. 그러나 사실상 이용 불가능한 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육아 카페에서 누리꾼은 “실질적으로 인력 보강이 안 되기에 누군가는 떠맡아야 돌아가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대직자는 무슨 죄냐. 너무 불공평하다”라며 “임신으로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직원 때문에 회사가 난리가 났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청년들의 비출산 인식이 한국 사회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청년들에겐 경쟁사회와 사회적인 불신이 크다”라며 “내 아이는 나보다 더 잘 살길 바라는 경쟁 심리와 육아도우미를 쓸 때 CCTV를 설치하는 돌봄에 대한 불신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또 “여성들이 출산으로 육아 휴직을 하는 상황이 오면, 기존 일을 다른 사람들이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 눈치 보게 된다”라며 “인식 변화를 통해 육아 휴직 등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