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강화에 따른 대응조치로 8년 만에 북한 선박 11척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렸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며 군사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대응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북한 선박 11척과 개인 2명, 기관 3개를 올해 첫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외교부는 “북한은 해상에서 선박 간 유류 환적, 석탄 밀수출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회피하는 다양한 불법행위를 통해 유류를 비롯한 물자와 자금을 조달해 핵·미사일을 개발해왔다”고 배경을 밝혔다.
한국 정부가 북한 선박에 독자제재를 재개한 것은 2016년 3월 이후 8년 만이다.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15번째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북한의 지속적인 해상을 매개로 한 불법 자금과 물자 조달을 차단함으로써 불법 핵·미사일 개발을 단념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며 “해상환적 등에 관여한 선박뿐 아니라 불법 해상환적 네트워크에 관여한 개인·기관에 대한 제재를 계속 부과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선박은 남대봉, 뉴콩크, 유니카, 싱밍양 888, 수블릭, 아봉 1(금야강 1), 경성3, 리톤, 아사봉, 골드스타, 아테나 등이다. 개인으로는 북한 백설무역 소속 박경란과 리상무역 총사장인 민명학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박경란은 중고선박과 정제유를 북한에 반입했고, 민명학은 대북 불법 해상환적 활동과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해왔다. 제재 대상 기관은 만강무역, 리상무역, 유아무역 등이다. 이들 기관은 해상환적을 통한 유류 밀반입과 석탄 등 밀수출, 중고선박 반입 등에 관여해왔다.
제재 대장으로 지정된 선박 11척 중 7척은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제재위에 권고한 선박들이다. 전문가패널은 2023년 9월 발간된 중간보고서에서 북한이 2023년 4월까지 연간 한도의 1.5배에 달하는 정제유 78만 배럴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 선박과의 선박 간 이전 금지, 정유제품 공급 제한, 북한산 석탄 수출 제한, 중고선박 대북 공급·판매·이전 금지를 금지한다. 유럽연합(EU)이 2022년 12월 제재한 선박 2척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선박의 선장은 관리청의 국내 입항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다. 한국 국민이 이번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기관과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 금융위원회 또는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