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한동훈에 실망한 진짜 이유는

尹대통령이 한동훈에 실망한 진짜 이유는

“尹, 투명 공천 기대했는데”…한동훈도 못 피한 ‘사천’ 논란
“尹, 사천 경계하고 민주주의 실천해 나가자는 생각”
“혁신 기대한 尹, 이번 사태 ‘정치적 부패’로 보고 있어”
한동훈, 사퇴 요구에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 거부

기사승인 2024-01-22 21:44:46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둘러싼 ‘사천(私薦)’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천의 공정성에 의문을 불러온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와 경고를 나타낸 것이다.

최근 한 위원장은 본격적인 공천 심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공천 잡음’에 휘말렸다. 지난 18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하는 등 전략 공천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시스템 공천 기준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김 위원은 한 위원장에 의해 영입된 인사로, 당 안팎에서는 시스템이 아닌 ‘낙하산 공천’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 다수가 이번 총선 출마에 나선 가운데 대통령실이 원칙으로 삼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원칙’을 한 위원장이 어겼다는 실망감에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2일 “그간 윤 대통령은 일절 당무·공천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용산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들에게도 공정한 ‘공천 룰’과 결과에 승복하라는 말씀을 누차 강조했다”라며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공천을 기대한 만큼 한 위원장의 사천 움직임에 섭섭했던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당내 권력횡포성 사천을 없애고, 철저한 공천 시스템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해 나가자는 게 윤 대통령의 철학이라는 전언이다.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관위원회라는 공천 시스템을 무시하고 무력화시킨 점, 586 기성 정치인처럼 사천을 공개화한 점, 그리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개적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김경율 비대위원은 영부인을 단두대에 처형당한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대통령의 권위까지 추락시키고 있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비극의 정치이며, 동료 시민들에게는 야만의 정치”라고 질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공정한 공천 룰을 누구보다 잘 관리할 것이라고 믿었다. 야당과 확연히 차별화를 이룰 것이라고 신뢰했다”라면서 “하지만 윤 대통령의 기대가 이번 ‘김경율 공천 사태’로 깨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 자체가 정치적 부패라고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치개혁과 혁신의 분위기가 사라진 채 ‘한줄 세우기 정치’라는 새로운 구태 정치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을 만나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점을 밝히며, 사실상 개인적 차원에서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대통령실)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총선 공천의 키를 쥔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한 데 대해 “절차적으로 약간 오버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재 영입을 많이 하고 배치하는 건 좋은데, 형식 부분에 관해 공관위 업무까지 이렇게 (침해) 되는 것으로 오해하면 ‘사천’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추가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 내 공천 논란과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논란은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측근의 생각이지,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견 표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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