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정부가 충전기 확대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충전기 운영 관리에 대한 보조금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충전기 123만기 이상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주거지역과 생활거점엔 ‘완속충전기’, 고속도로 휴게소와 국도변 주유소 등엔 ‘급속충전기’가 설치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완속 충전기의 경우 보조금을 5%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의무 설치 기준이 상향되면 보조금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전문기업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설치 시 지원되는 보조금보다 운영·관리에 대한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좋은 취지”라면서도 “지금까진 기계 규격을 정하고 설치 장소를 확인해 개수를 늘리는 방향이었다면 향후에는 가동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미국은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한다”며 “운영을 잘하는 업체끼리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설치 이후에도 관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전기 설치 보조금 수령 후 의무 운영 기간이 지나면 관리가 미비한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1kW 판매당 100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가정하면, 땅값이 비싼 도심 지역에도 민간사업자들이 충전기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충전 요금을 인하해 고객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기차를 충전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사업자들은 안전성이 높은 기기를 확대 운영하고 지원금을 받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향후 설치될 충전기에는 LCD(액정화면)를 빼고 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CD를 통해 충전 상태와 안내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충전기 LCD 고장 비율이 가장 높아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이어져 왔다.
최 대표는 “환경부에서 LCD 화면 규격을 정해놓고 전기차 이용자에게 안내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며 “테슬라의 경우 A/S가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이 LCD라는 것을 발견한 뒤 LCD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LCD를 없애고 기계 설계를 개선하자는 설명이다.
정부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비율을 의무화해 지난해까지 관공서 주변은 설치를 마쳤다. 올해부터는 충전기 설치 부지 확보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 신세계처럼 부지 주인이 직접 충전 사업을 운영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개인이 충전기 운영 관리를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도 IRA 보조금을 통해 충전기 추가 설치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월마트,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기업에서만 설치·운영하는 실정이다.
또 충전 사업 인프라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의 수익 사업을 위해 정부에서 설치비와 운영비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설치 지원금과 운영 지원금 중에 선택해서 받을 수 있어도 좋다”라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운영비에 대한 기준을 잡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LCD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LCD의 내구성이 좋은 업체에 사업 수행 기관 평가에서 점수를 높게 준다”며 “전기차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LCD를 없애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