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이 합당 열흘 만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양대 축인 기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간 주도권 싸움이 극에 달하면서다.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정책 결정권을 위임하는 안건을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정하자, 이낙연 대표 측은 “전두환한테 운명 맡기라는 식”이라고 반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개혁신당은 19일 오전 세 번째 최고위 회의를 통해 △총선 캠페인 및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대표와 공동정책위의장에게 위임하는 안 △당원 자격심사위원회 설치 운영 △중앙당사 내 4대위기 전력센터 신설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위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허 수석대변인은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 캠페인, 선거 정책 결정권의 신속성을 담보하고자 이준석 대표가 공동정책위의장과 협의해서 시행하고자 하는 안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반대 의견을 내고 퇴장했다. 선거 정책 결정 위임 건을 논의하는 비공개 회의장 안에선 최고위원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해당 안건 의결 직전 “저게 회의인가”라며 소리치고 나온 김 최고위원은 “이게 이준석 사당화하자는 거지 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들은 기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불쾌감도 표했다. 이낙연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합당 합의문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어떤 민주정당에서 최고위원회에서 정책 검토도 안 해보고 어떻게 개인에게 다 위임하느냐”며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까 국가 국보위를 만들어 여기다 다 위임해달라고 국회 해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이어 “최고위도 필요 없고 전두환한테 나라의 운명을 맡기라는 식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어떻게 같이 하냐”고 목소리 높였다.
그간 개혁신당은 지난주부터 총선 선거운동 주도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공천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준석 대표가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권을 위임해줄 것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이자 이낙연 대표와 같은 새로운미래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산적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이준석 대표 측이 반박에 나서면서 되려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새로운미래 측은 회의 이후 “오늘 개혁신당 최고위원회는 ‘이준석 사당’을 공식적으로 의결했다”며 “이는 2월”9일의 통합 합의를 깨는 결정으로, 정권심판과 야당교체에 대한 국민의 여망과 제3지대 통합 정신을 깨뜨리는 어떠한 비민주적 절차와 내용에도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합당으로 인한 컨벤션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 지지율은 4%로 나타났다. 이달 1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이 각각 3%를 기록한 것에 비춰 보면 지지율의 단순 합산은 오히려 합당 후 떨어졌다.
개혁신당의 내부 갈등과 관련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이준석의 개혁신당 하고 이낙연의 신당 하고는 생리적으로 맞지가 않는 정당”이라며 “원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사람도 같이 섞여 들어왔다. 그러니 거기서 초기에 조금 부작용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 정치 세력은 미래지향적인 성격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세력이 들어가야 하는 명분을 소상히 설명해야 하는데, 지금의 제3지대는 구정치인이 설치는 판”이라고 지적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