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둘러싼 여야의 총성 없는 결투가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해당 지역에 거물급 중진을 전진 배치하며 탈환 작전에 돌입하자, 민주당은 조기 공천으로 맞불을 놨다.
낙동강벨트는 부산 북강서갑·을, 사하갑·을, 사상, 경남 김해갑·을, 양산갑·을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9개 선거구를 일컫는다. 보수정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영남권에서 드물게 선거 때마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9개 지역구 중 5곳을 확보했다. 노무현, 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해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었고, 임기를 마친 뒤엔 ‘김해갑’에 있는 봉하마을로 내려가 터를 잡았다. 문 전 대통령은 부산 사상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현재 ‘양산갑’에 위치한 평산마을에 살고 있다.
총 40석이 걸린 PK(부산·울산·경남)지역은 총선 판세를 가를 핵심 격전지로 꼽힌다. PK에서 시작된 ‘민심 바람’이 충청 지역을 거쳐 수도권 판세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4년 차에 치른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에서 7석을 확보하며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부산의 경우 19대 총선에서 단 2석을 얻은 데 그친 불모지에서 거둔 성과였기에 ‘민주당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텃밭’을 민주당에 넘기며 1석 차이로 제1당을 빼앗겼다. 이후 ‘탄핵-대선 패배-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지는 과정을 바라봐야 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해당 지역 탈환을 위해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5선 서병수와 3선 김태호·조해진 의원은 각각 부산 북·강서갑, 경남 양산을, 김해을에 우선 추천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지역구 대신 ‘험지’로 출마지를 옮겨달라는 당의 요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낙동강 벨트를 탈환해야 전반적인 전반적인 선거 판도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구심점을 흔든다는 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조기 공천’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총선 때 승리를 거둔 현역 의원들을 대거 공천했다. 김해갑 민홍철, 김해을 김정호, 경남 양산을 김두관, 부산 사하갑 최인호 의원 등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낙동강 벨트는 지지세 확장을 위한 최전선이다. 이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총선은 끝”이라며 “반드시 승리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진표도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양산을에선 3선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재선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맞붙으며 전직 경남도지사 간 대결이 성사됐다. 김해을에서는 3선의 조해진 의원과 재선의 김정호 의원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5선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한 북·강서갑에선 현역인 전재수 의원 간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읍 의원이 내리 3선을 지낸 북강서을 선거구에선 단수 공천을 받은 김 의원과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지낸 민주당 변성완 후보가 맞붙는다. 변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의전행정관 출신이다.
사하갑에선 3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최인호 의원과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간 맞대결이 펼쳐진다. 특히 두 사람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선후배 간 첫 경쟁으로,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인 해운대갑에선 검사 출신의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해운대갑에선 민선 7기 해운대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홍순헌 후보와 표심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