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대구은행장이 DGB금융그룹을 이끌 회장으로 낙점되면서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임기가 1년 가량 남았고, 시중은행 전환 등 중요 현안을 앞둔 시점이어서 은행 내외부에선 당분간 겸직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DGB금융지주는 2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로 황 행장을 추천했다. 황 행장은 지난해 1월 대구은행장에 취임했다. 은행장의 임기는 2년으로 아직 1년이 남은 상태에서 그룹 회장에 오르게 된다. 다음달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따라서 시간 상 후임 은행장 선임은 불가능하다. DGB금융은 지난 2020년 금융권 최초로 오디션 형태의 최고경영자(CEO) 육성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 행장 후보들의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는데 최대 2년 가량 소요되는 장기 레이스다.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대업도 황 행장의 겸직 가능성을 높인다.
황 행장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시작단계부터 모든 부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이름을 ‘iM뱅크’로 바꾸고,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인터넷은행의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에 더해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추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한때 일부 영업점에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증권 계좌를 불법적으로 개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환 작업에 제동이 걸리는가 했지만 금융당국이 인가심사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까지 무사히 제출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맞춰 ‘내부통제전담팀장’ 제도와 전문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중은행 전환 후속 절차와 맞물려 전환 후 영업 전략 등을 고심하고 있다.
회추위도 차기 회장 선정 이유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DG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 은행장 겸직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부 규정 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룹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한 전례도 있다. 김태오 현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초 대구은행장에 취임해 2020년 10월까지 겸직을 했다.
대구은행 고위 관계자는 “회장과 은행장 겸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무엇보다 선결 과제인 시중은행 전환을 마무리하고 후임 행장 선임 절차를 밟는 것이 그룹과 은행 모두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