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등돌린 친문계…남몰래 웃는 이낙연

이재명에 등돌린 친문계…남몰래 웃는 이낙연

친문 임종석마저 비명횡사
무더기 탈당 및 ‘기호3번’ 기대하는 이낙연黨
이재명 “탈당도 자유···경기하다 질 것 같으니 안하겠다는 것”

기사승인 2024-02-29 06:00:17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컷오프 결과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공천 갈등이 최고조에 치닫고 있다. ‘친문’ 상징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마저 공천 배제되면서다. ‘친문·비명계 찍어내기’가 현실화하자 복수의 의원들은 하나둘 탈당 결심을 굳혀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컷오프 결과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이 공들여온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중·성동갑은 임 전 실장이 2000~2008년 16·17대 의원을 지낸 지역구다.

임 전 실장은 “양산 회동에서 이재명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며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 등 추가 대응을 시사하며 지도부 압박에 나섰다. 이어 “며칠이고 모여 앉아 격론을 벌여달라”며 “단결과 통합을 복원하고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인 임 전 실장마저 공천 배제되자, 당 안팎에선 ‘이재명 사당화’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불만이 포착된다. 민주당에서 40년 간 활동한 비명계 5선 설훈 의원마저 같은 날 탈당을 선언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4선·서울 영등포갑)과 이수진 의원(초선·서울 동작을), 박영순 의원(초선·대전 대덕)에 이어 네 번째 현역 의원의 탈당이다.

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표를 ‘연산군’에 비유하며 작심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입당을 고심 중이라고도 밝혔다. 설 의원에 이어 홍영표 의원과 전해철 의원 등 일부 비명계의 ‘도미노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은 임 전 실장 공천 배제 발표 이후 최고위원직을 던진 상태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공천 파동이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역의원 평가와 공천에 불복하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로 당적을 옮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 경우,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친문계 세력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 대표 입장에서는 호남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다. 

새로운미래는 ‘세력 확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전날 ‘제8차 책임위원회의’ 후 질의응답에서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며 “결단 뿐 아니라 이후 행보도 고민하고 있다. 의원들끼리 서로 상의하면서 나름대로 집단적인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미래의 정당기호 3번 확보 여부도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공직선거법 150조에 따르면 정당 기호는 국회 의석수가 많은 순서대로 부여된다. 투표용지 상단을 선점하는 것은 선거 성적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새로운미래는 현재 총선 기호 3번을 두고 정의당, 개혁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 세력들과 경쟁 중이다.

힌편 민주당 지도부는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규칙이 불리하다고,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게 마치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비명계 의원 일부가 하위 평가나 컷오프(공천배제)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변화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조용한 변화는 마치 ‘검은 백조’ 같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항의하는 것은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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