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는 3000원, 재킷은 5000원입니다”
11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나눔교복 매장.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게 다림질된 형형색색 셔츠들이 눈에 띈다. 한 가운데 수납장에는 조끼가 차곡차곡 정돈돼 있다. 맨눈으로는 새 상품 같은 이 옷들은 중고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교복은 송파구 내 20여개 중고등학교 교복. 재킷은 5000원, 셔츠나 넥타이 등은 3000원에 판매한다. 새 셔츠도 7000원에 팔고 있다.
비싼 교복 가격 부담으로 등골이 휘는 학부모들에게 나눔교복 매장은 인기만점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동·하복 총합 교복 상한가는 33만5800원이다. 교복 상한가는 전년 대비 2019년엔 1.7%, 2020년엔 1.4%, 2021년엔 1.0% 올랐다. 나눔교복 매장 이용객들은 평균 30명. 대부분 학부모는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이 교복이 작아지자, 큰 사이즈의 중고 교복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교복 매장은 학교와 환경단체, 구청이 힘을 합쳐 운영한다. 관내 학교들의 기증으로 교복을 확보한 뒤 상태가 양호한 교복들을 수선·세탁해 진열한다. 이곳을 관리하는 시민단체 ‘송파구 주부환경협의회’ 박영숙 회장은 “교복값이 날이 갈수록 비싸지니까 기증을 받아서 저렴하게 나누자는 취지”라며 “가계에 보탬이 되려 중고 교복을 이어 입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함께한다. 시민 기증 건수는 하루 한 건 이상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거나,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면 교복 등을 기증한다. 박 회장은 “최근에 자녀가 둘이었던 학부모께서 이사하면서 교복 여러 벌을 한 박스로 보내 주셨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매장에서는 교복뿐 아니라 자원을 재활용한 수제물품도 진열돼 있다. EM 세제와 비누, 최근 높은 재활용 가치로 주목받는 커피박(찌꺼기) 퇴비 등이다.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유용한 제품이다.
송파구 주부환경협의회는 이 같은 자원 재활용품을 손수 제작하고 환경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 단체는 30년 동안 환경 사랑을 실천해 온 송파구 대표적인 주민단체다. 물품 판매 수익은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여름철에는 지역 어르신 대상으로 삼계탕을 나눈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 기탁으로 환원한다.
나눔교복 매장은 평일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다. 방문 전 전화로 교복 물량을 미리 확인하면 편리하다.
박 회장은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실천해야 하는 것이 환경 운동”이라며 “구청이 매장 지원과 운영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서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교복 나눔과 같은 지역 내 재활용 문화를 더욱 확산해 주민 삶 속 환경보호 실천과 공유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