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하면 깨워주세요”…일과 삶의 균형 가능할까

“주4일제 하면 깨워주세요”…일과 삶의 균형 가능할까

주 4일제로 일해도 생산성 동일…연봉 삭감 ‘명분 없다’
타 기업과 협업 하는 부서는 부담도…전면 법제화 필요

기사승인 2024-03-14 14: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 이수지(30‧가명)씨는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는다. ‘해피프라이데이’(티맵모빌리티의 주 4일제 명칭)라는 이름으로 회사 전체가 온전히 쉬는 날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4일제가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최고의 복지라고 말했다. 그는 “주에 4일을 일하는 것과 5일을 일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주말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틀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일을 일하고 3일을 쉬면 주말이 50%나 증가하기에 잘 쉬고 와서 일하면 일에 더 집중이 잘 된다”며 “주 4일제를 할수록 근무시간과 생산성은 별개라고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총선을 앞두고 주 4일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가 대두되며 주 4일제를 본격 추진하는 분위기다. 일과 삶의 균형이 더 이상 듣기 좋은 소리에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시민사회가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노동시민단체 결합체인 ‘주 4일 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며 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주 4일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응답했다. 지난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노총을 찾아 “주 4.5일제를 시작으로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대한민국은 주 4일제도, 주 5일제 국가도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1항에 따르면 ‘1주간의 근로 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을 뿐 일주일에 의무적으로 출근해야 하는 날을 못 박아두지 않았다. 이에 국가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등 일과 삶이 균형을 보장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주 4일제 법제화 움직임 일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주 4일제에 관한 긍정 평가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일하는 시민연구소가(엠브레인 의뢰) 임금 노동자 3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도입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응답은 67.3%(정규직 68.1%, 비정규직 66.7%)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월 같은 기관에서 임금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찬성(61.4%)보다 약 6% 상승한 수치다. 주 4일제 현실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만 반대한다…“주 5일과 4일은 천지 차이”

지난 3·1절 사흘 연휴로 주 4일제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하루만 덜 근무해도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입을 모아 말했다. 2년 차 직장인 김민재(27)씨는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근로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이걸 5회나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 4일제야말로 다 같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 4일제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23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노사 합의를 통해 주 4일제를 실험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연세의료원 주 4일제 시범사업 연구 결과 중간보고회 자료집’에 따르면 사업 참여자들의 여가 시간은 1시간 8분 증가했고, 평소 자기계발 시간은 23분, 휴일은 44분 증가했다. 주 4일제는 회사에게 유능한 인재를 장기적으로 확보할 방안이 되기도 한다. 같은 조사에서 직장 만족도는 50.2점에서 65.0점으로 14.8점 증가했다. 이직 의향도 감소했다. 주 4일제 참여자들은 7.4% 감소한 것과 비교해 주 5일제 병동은 이직 의향이 8.3%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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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 하면 연봉삭감? “엉덩이로 일하는 게 아닌데요”

주 4일제에서 늘 빠지지 않는 건 노동생산성 감소 우려다. 주 4일제가 일부 대기업 또는 IT기업에게만 한정된 복지로 여겨지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중견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주 4일제를 할 수 있는 부서와 할 수 없는 부서가 있다”면서 “언론 대응 및 타 기업과 협업을 해야 하는 부서는 주 4일제가 법제화되지 않는 한 주 4일제 근무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노동시간이 곧 생산성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인 이시우(29)씨는 “마감시간이 촉박할수록 빠르게 일을 처리하지 않느냐”며 “동일한 업무량이라면 주 4일제는 마감기한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기에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의견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 맡은 일을 하되 구멍이 없으면 된다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는데 엉덩이로 일한다고 생각하니 생산성을 운운하며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시간 근로가 높은 노동생산성을 보장한지 않는다는 건 이미 통계적으로도 증명됐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110.2로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을 제외하면 매해 증가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도 평균(64.7달러)을 밑돈다. 같은 해를 기준으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독일(88달러), 미국(87.6달러) 등 서구권을 포함해 동아시아권 일본(53.2)과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주 4일제 도입에 늘 따라오는 임금삭감이나 연차 소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주 4일제 핵심은 생산성과 효율성 극대화라는 것이다. 직장인 신소민(30)씨는 “하루만큼 일이 줄어드는 거라면 임금 삭감도 괜찮지만 현재 검토하는 주 4일제는 쓸데없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것”이라며 “그럼 업무량은 같은데 왜 임금을 줄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많은 직장인들은 주 4일제가 된다면 출퇴근 시간 또한 줄일 수 있어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질 거라고 말한다. 매일 3시간을 출퇴근길에 쓰고 있다는 김예인(29‧가명)씨는 “주 4일제가 되면 야근을 해서라도 내 일을 마치고, 나머지 3일을 퇴근 후에 그동안 하지 못한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고 싶다”고 전했다. 김씨는 “3일의 주말 중 하루는 회사에 쏟은 에너지 충전을 위해 집에 있고, 하루는 나가 놀고, 하루는 자기계발 등 공부하며 보낼 것”이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현대인의 피로와 우울증도 감소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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