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합병에 LCC 일본 슬롯 ‘위기’…“수익성 악화 우려”

대한항공 합병에 LCC 일본 슬롯 ‘위기’…“수익성 악화 우려”

대한항공, JFTC에 독점 우려 노선 슬롯 넘기겠다고 밝혀
자사 노선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노선 양도
합병 위해 LCC 인기노선 반납해 자생력 낮춘다는 지적도

기사승인 2024-03-14 06:00:50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에어부산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일본 경쟁당국에 나리타공항을 오가는 노선을 반납해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대 대형 항공사 합병에 자회사인 LCC가 방패막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자사의 운수권과 슬롯 등은 남겨둔 채 아시아나항공이나 에어부산 등의 노선을 양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 슬롯은 곧 수익과 직결된다. 자생력의 중요한 발판인 셈이다. 운수권과 슬롯은 항공사가 새로운 노선에 취항하거나 기존에 취항하던 노선 증편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항공사가 슬롯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앞서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JFTC는 대한항공의 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 등 서울 4개 노선과 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 등 부산 4개 노선 독점을 우려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노선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요청이 있으면 해당 노선 슬롯을 일부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미 세계 경쟁당국의 승인 조건에 따라 에어부산이 향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슬롯’이 200개가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일본 전역 운항 편수(김해공항 기준)는 편도를 기준으로 주당 185편으로, 에어부산이 43.6%(66편)를 차지한다. 일본 운항 편수가 에어부산의 주력 매출 분야인데, 이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에어부산의 지난해 말 일본 정기노선 전체 누적 탑승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10년 부산~후쿠오카 노선 취항 이후 오사카, 도쿄(나리타)에 잇따라 취항하면서 지난 2015년 200만명을 넘어선 이래 매년 100만명씩 탑승객을 늘려 왔다.  LCC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지만 해외 경쟁당국이 내건 ‘운수권 양도와 슬롯 반납’ 조건 때문에 매출 주력 분야를 양도하는 등 자생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핵심 일본 노선이 해외 항공사로 넘어가면서 대한항공 자사의 운수권과 슬롯 등은 남기고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의 노선을 양도한다는 분위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일본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슬롯 상당수는 LCC가 주로 운영하는 노선들이다”라며 “일본 노선은 에어부산의 큰 매출을 차지하는 인기 노선인 만큼 향후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향후 LCC가 통합되는 것을 감안하면 에어부산 등 LCC의 자생력이 낮아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반납한 슬롯을 다시 가져오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 향후 되찾아올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이후 LCC끼리도 통합이 되는 것이라 에어부산의 일본 노선 반납이 LCC의 자생력을 낮춘다는 해석은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국내외 경쟁당국이 기존 경쟁환경을 복원토록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시정조치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부 노선의 운항횟수 감소는 있지만 중복 스케줄과 자원을 재편하면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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