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거부하고 도망 다녀라” 군의관·공보의 ‘태업 지침’ 논란

“업무 거부하고 도망 다녀라” 군의관·공보의 ‘태업 지침’ 논란

기사승인 2024-03-14 12:23:49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일선 병원에 투입하자 이들에게 업무 거부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이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최근 ‘차출 군의관·공보의 행동 지침’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작성자는 “인턴과 주치의 업무, 동의서 작성 등은 법적 문제 책임 소지가 있으니 거부하라”며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거부하라”고 적었다. 수술 참여와 상처 치료, 소독 후 붕대 처치 등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수당을 요구할 것도 강조했다. A작성자는 “인턴 업무는 한 건당 10만~20만원 이상 받아야 한다”며 “주중 당직은 100만원 이상, 주말 당직은 250만원 이상, 응급의학과 24시간 근무는 하루 급여 300만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내용이 담긴 ‘군의관·공보의 지침 다시 올린다’라는 글도 게재됐다. B작성자는 “병원에서 나에게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이걸 늘 마음 속에 새겨야 쓸데없이 겁을 먹어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도망 다닐지 고민하라”며 태업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전화를 받지 말고 ‘전화하셨네요? 몰랐네요’라고 하면 그만”이라든지 “담배를 피우러 간다며 도망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든지 “병원 업무 대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전공 책이나 읽으라”는 등 구체적으로 업무를 피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심심하면 환자랑 같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라거나 “공보의와 군의관의 의무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전부이고 병원 내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종용했다.

정부는 해당 건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병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들어갈 것”이라며 “확인을 해서 수사의뢰든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메디스태프에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으로 전공의 집단사직 관련 지침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글이 병원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하고 해당 커뮤니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직원 등 2명을 증거 은닉 혐의로 입건했다.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은 서울 소재 병원의 현직 의사로 밝혀져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최근엔 전공의 집단사직에 동참하지 않고 의료현장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는 글도 올라와 논란이 됐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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