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지 한 달째인 오는 19일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직서가 한 달 뒤 자동수리 될 지 여부를 두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 수련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므로 계약관계에 따르더라도 전공의의 사직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법 660조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이 법에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련계약서에는 통상 고용기간의 약정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민법 660조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날 중대본 브리핑에서도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민법의 660조는 약정이 없는 근로계약의 경우 해당하는 조항”이라며 “전공의들은 4년 등 다년으로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에 해당돼 660조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오는 19일 전공의 사직 효력이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5일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차관은 대법원 판례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법을 잘못 적용하여 발표했다”며 “민법 제660조를 언급하며, 다년 계약을 한 전공의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직서 자동수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5다5783)에 따르면,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16조를 근거로 근로자는 1년이 경과한 후에는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라 하더라도 근무한지 1년이 지나면, 사직서 제출을 통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리고 있는 사직서수리 금지명령 같은 황당한 명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부분 전공의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한다고도 했다. 주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계약은 병원별로 다르게 되어 있어 3년 또는 4년의 다년 계약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병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며 “상당수의 전공의들은 민법 제660조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차관의 이러한 행태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면, 정부는 사법부의 권위와 삼권분립의 원칙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사법부를 모욕하는 행태를 중지하고, 황당한 법 적용을 통해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폭력을 멈추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