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 회장이 의대 증원을 ‘백혈병’으로 비유한 데 대해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이 규탄하고 나섰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필수적인 백혈병 치료가 연기되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일반인이 아닌 의료전문가인 의사이면서 지역의사회를 대표하는 강서구의사회장이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면서 백혈병을 부정적 의미로 비유한 것에 대해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조용진 강서구의사회장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사 궐기대회에서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면역세포, 백혈구 같은 존재”라며 “의사 증원을 강요하면 필요 이상 과도하게 증식된 비정상적인 백혈구를 가지는 백혈병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교육을 받아도 의료사고가 많을 텐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과도한 수의 의사들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면서 “역사에 ‘백혈병을 초래한 백혈병 정부’라고 기록되기를 원한다면 강행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우회는 “질병을 부정적 의미로 비유하는 것은 환자에게 인권 침해와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극한 상황에 백혈병 환자의 투병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투병의지를 꺾는 발언을 의사로부터 듣는 현재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자는 아프니까, 살고 싶으니까 병원에 가서 의사로부터 치료받는 것이고 4주 이상 전공의 의료공백으로 인해 치료가 연기되는 피해가 있지만 참고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공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짐에 따라 환자 불편은 커지고 있다. 환우회는 “수술이나 장기이식,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항암치료로 암세포 수치를 일정 수준 미만으로 낮추고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는 암 환자에게 골수검사, 항암치료 등 치료의 연기 소식은 청천벽력과 같다”며 “그동안 항암치료가 연기된 백혈병 환자들도 항암치료 사이클인 3~4주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더는 치료를 미룰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 울분을 의료계와 정부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헤아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