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 엔젤로보틱스의 상장 예정일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특히 대기업인 LG전자가 2대 주주인 점과 최근 로봇 섹터의 주가 상승세는 기대 요소로 분석된다. 그러나 공모가 책정 과정의 고평가 논란과 기술특례상장 이슈는 우려 요인으로 남아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젤로보틱스는 오는 2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최종 공모가는 2만원으로 신주발행 주식 160만주를 모집할 방침이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엔젤로보틱스는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인체에 착용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등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로봇 공학 분야 전문가인 공경철 카이스트 부교수와 나동욱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 진료교수가 지난 2017년 공동 창업했다.
엔젤로보틱스는 창사 이전 LG전자로부터 시드 투자(초기 투자)를 유치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공 대표 등 엔젤로보틱스 창업자들은 지난 2016년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 ‘사이배슬론’에서 3위를 기록하면서 LG전자에게 3000만원을 투자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LG전자는 별도로 연구개발(R&D) 자금 3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현재도 LG전자는 엔젤로보틱스 지분 7.2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엔젤로보톡스와 LG전자의 협력 관계는 향후 강화될 전망이다. 통상 대기업과의 협력은 호재 요인으로 평가된다. 엔젤로보틱스 관계자는 “(LG전자에) 냉장고 제조계 도어 적재 공정에 맞는 중량물 보조 솔루션을 개발해 납품했다”며 “올해에는 사업장 및 협력사까지 확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로봇 섹터의 주가 흐름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점도 엔젤로보틱스의 상장에 긍정적이다. 로봇 섹터 대장주인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이달 들어 18.95% 급등한 9만350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도 14.18% 올랐다.
이같은 상승세는 로봇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재조명받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정책 모멘텀과 기술 발전에 따른 로봇주들의 기대감 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로봇 산업 업황은 고금리 및 경기 불확실성 우려 완화로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리스크 요인도 남아있다. 우선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다. 엔젤로보틱스 공모가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 밴드 상단(1만5000원)을 33.3%나 초과했다. 그간 업계에서 불문율로 여겨진 20%를 상회한 수준이다.
희망 밴드를 과도하게 초과한 공모가는 거품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로 다가와서다. 일례로 지난 1월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포스뱅크는 희망 밴드 상단을 20% 초과한 1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 주가는 1만4070원으로 21.83%나 급락한 상태다.
특히 ‘파두 사태’로 촉발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하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를 말한다. 앞서 동일한 제도로 국내 증시에 입성한 파두는 증권보고서와 달리 예상치에 도달하기 불가능한 실적을 내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엔젤로보틱스는 창사 이래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당기순손실은 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공모가가 선정된 기준은 오는 2026년 매출액 362억원, 영업이익 106억원, 당기순이익 115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한 것에 기인한다. 미래 추정 실적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제민 SK증권 연구원은 “매출 실현 기간의 가시성이 떨어진다. 단기 주가는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 대표는 “거래소 심사를 한창 받는 중에 ‘파두 사태’를 경험했다"면서 "거래소 기조가 보수적으로 바뀌어 근거 없는 매출 추정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기조가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로봇 기업 특성상)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심사 과정 중 삭제돼 거래소에서 어느 때보다 깐깐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심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