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이 반강제로 PA 업무”…위태로운 의료현장

“신입이 반강제로 PA 업무”…위태로운 의료현장

PA간호사, 고용 불안한 계약직 뽑아 쓰기도
전공의·교수 복귀 촉구…“진료 정상화 시급”
복지부, PA간호사 1900여명 증원 계획

기사승인 2024-03-26 13:14:48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간호사들이 채우며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간호사들이 채우고 있지만 과중된 업무로 인해 신음이 깊어져간다. 고도의 경험과 숙련이 필요한 중환자실에 충분한 교육·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 간호사까지 투입되며 환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6일 호소문을 내고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 간호사나 신규 간호사들이 PA(진료보조) 전담간호사 업무에 투입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 수련병원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가 자격별(전문간호사, 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로 약 90개의 진료지원 행위를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서 수행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4065명을 포함한 약 5000명의 PA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교육·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간호사들이 하루아침에 PA간호사가 돼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며 “‘지금 하지 않으면 병원이 망한다’는 압박 아래 불법 의료행위인 줄 알면서도 반강제적으로 업무를 떠맡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력이 없는 신규 간호사를 PA간호사로 배치해 의사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있고, PA간호사를 고용이 불안한 계약직으로 뽑아 쓰는 경우도 있다”며 “고도의 경험과 숙련이 필요한 중환자실에 충분한 교육·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 간호사를 투입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현장은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라며 신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상적인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무너지고, 고도의 전문성·숙련성·책임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파행 운영됨에 따라 의료현장에선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련병원들의 파행 운영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현 상황을 계속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할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붕괴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와 교수들을 향해선 조건 없는 현장 복귀를 주문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지난 25일부터 자발적 사직서 제출과 함께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다음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도 최소화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진료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진료 정상화’보다 시급한 것은 없다”며 “조건 없이 의료현장에 복귀하고, 의대 교수는 집단 사직 계획을 철회해 조속히 진료를 정상화하라”고 요청했다.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전했다.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 사태가 장기화되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불러온 책임이 정부에 있단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강압 조치를 전면 중단하고, 지체 없이 진료 정상화와 필수·지역·공공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에 착수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PA간호사를 증원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향후 상급종합병원은 1599명, 공공의료기관은 320명 등 총 1900여명의 PA간호사가 추가로 증원될 예정”이라며 “3월 말 332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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