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컴투스 자회사인 컴투스타이젬에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카타고’를 동원한 사행성 ‘베팅’ 이벤트를 진행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컴투스타이젬은 하루 전인 25일부터 ‘AI 카타고 대국’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이벤트에선 이른바 ‘스페셜 아바타’를 구매해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즉 AI(흑)-AI(백) 대결에 베팅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한 T포인트(게임 머니)가 필요한데, 2만원을 내면 아바타와 함께 2억 T포인트를 지급한다.
컴투스타이젬이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를 수행하기 위해 바둑 게임 이용자들은 2만원짜리 아바타를 구매한 이후 1회 베팅 200만 T포인트 이상으로 200회 베팅(4억 T포인트⋅4만원)을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이 다음인데, 세 번째 미션 수행을 위해선 베팅에서 200승을 달성해야 하는 전제가 붙는다. 인간의 경지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두는 대국에 베팅을 해서 승패를 맞히는 것은 사실상 바둑이라기보다 ‘확률’에 가깝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논란이 게임 업계 전반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 이와 무관한 듯 보인 바둑 게임에서 이슈가 터진 셈이다.
컴투스타이젬은 지난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게임법)을 준수하지 않고 베팅 한도를 과도하게 운영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자율 규제 의견으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베팅 한도를 줄이고, 아바타 결제 시 T포인트 지급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게임법에 따르면 웹보드 가상현금(캐쉬 등) 결제 한도는 1개월에 70만원을 초과할 수 없고, 1회 7만원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컴투스타이젬 바둑 베팅에는 한 판의 대국에 한 명의 유저가 80억 T포인트, 당시 판매 기준으로 3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거액을 베팅하는 경우가 속속 발견되면서 사행성 논란을 빚었다.
바둑 한 판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이 너무 크다보니 이로 인한 사회 문제까지 생겼다. 현금으로 1억원 어치 바둑 게임 머니를 구매했으나 이를 베팅을 통해 모두 잃어버린 이용자가 서울 서초구 소재 해당 게임사에 쇠망치와 시너를 들고 습격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바둑 게임에서 1억원을 날린 해당 이용자는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바둑계 종사자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바둑 업계 관계자는 “바둑이 갖는 무수히 많은 장점이 있는데 이것들은 전혀 살리지 못하고 오로지 ‘T포인트 베팅’ 형태로만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사람과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도 아니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대국에 베팅을 유도하는 건 온전한 바둑 게임 이벤트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컴투스타이젬 베팅 이벤트에 동원된 인공지능 ‘카타고(KataGo)’는 개발자 데이비드 우(David Wu)가 만든 오픈 소스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