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發 PA간호사 합법화 ‘간호법’…간호계 기대감 고조

여당發 PA간호사 합법화 ‘간호법’…간호계 기대감 고조

기사승인 2024-03-30 06:00:07
국민의힘이 새 간호사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대한간호협회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간협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자 총궐기대회를 열고 이를 규탄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간호법’ 제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새 간호사법안을 21대 국회 회기 내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간호계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대한간호협회는 28일 국민의힘이 간호사법 제정안을 내놓자 “그동안 간호 관련 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간호인과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과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보건의료계 직역단체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결국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졌다. 이후 5월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진행했으나 재적 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요건을 넘지 못하며 폐기됐다. 민주당은 11월 간호법을 다시 발의하기도 했지만, 수정된 문구가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보건의료 직역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의사의 진료 독점을 깨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간호사에 힘을 실어줄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당은 새로운 간호법안을 들고 나왔고, 정부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당은 이번 간호법안이 지난해 폐기된 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간호법에는 간호사·PA(진료지원)간호사·간호조무사의 자격 및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간호사 업무 범위는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 수집, 간호 판단과 요양을 위한 간호, 건강증진 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 등으로 규정했다.

PA간호사에 대해선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 간호와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 하에 진료 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동안 수술실 등 의료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의사 업무를 대신해온 PA간호사들이 제도권 안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또 지난해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간호’ 문구는 삭제되고, 간호사가 ‘재택 간호 전담 기관’을 독자적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간호사에게 요양시설 설립 권한을 주는 것으로, 민주당 안보다 큰 권리가 주어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PA간호사 제도화에 나섰다. 현재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간호사와 PA간호사, 일반간호사를 구분해 일부 간호사들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여당의 간호사법이 민주당의 간호법과 차이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작년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될 때 정부·여당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내용이 있다”며 “현재 여당이 준비하는 간호사법은 그 중재안을 바탕에 두고 있어 기존 간호법 내용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제출되면 복지부가 더 분명하게 입장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당 간호사법 내용들이 지난해 간호법의 반대 이유들을 해소하는 상황이라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간협은 “여·야와 정부 모두가 간호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한마음이 됐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변경되는 정부의 의료개혁은 시대의 분명한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인들은 간호법을 필두로 시작되는 의료개혁을 지지한다”며 “의료는 특정 이익집단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타 보건의료 직역의 반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의·정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타 직역 간에 새로운 갈등이 피어오를 가능성도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42대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PA간호사의 의사 대행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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