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즈 패션’ 시장이 커지고 있다. 남성 패션 플랫폼이 주목받고, 여성을 타깃으로 한 레깅스 브랜드에도 남성 고객이 몰린다.
2일 서울의 한 안다르 매장을 찾은 김영헌(34)씨는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두세달에 한 번은 필라테스나 골프를 할 때 입을 옷을 산다”며 “전에는 통풍이나 땀 흡수 등 기능만 따지고 구매했는데, 요즘에는 내 취향을 고려한 디자인도 눈에 많이 들어온다. 운동복이라도 조금 더 트렌디한 옷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는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했다가, 제품을 둘러보고 본인 것을 사가는 남자 손님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에는 블랙처럼 완전 어두운 컬러보단 베이지나 차콜, 네이비 등 약간 밝은 느낌이 들어간 제품을 많이 찾는다”며 “골프웨어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티셔츠나, 평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하고 깔끔한 느낌의 바지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슬레저(평상복처럼 스타일링해서 입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안다르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액이 20% 증가한 2026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기록하며 자사 브랜드 신기록을 경신했다. 경쟁사인 젝시믹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해 2214억원을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에슬레저룩은 원래 레깅스에 캐주얼한 아이템을 매치하며 여성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패션 트렌드”라며 “안다르·젝시믹스도 여성복만 판매한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최근엔 두 브랜드 모두 남성복과 골프, 수영복 등 영역을 확장해 매출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젝시믹스는 자사몰 신규 가입자 중 남성 비중이 2021년 11%에서 지난해 23%로 확대될 정도로 남성 고객 유입이 커졌다. 안다르도 지난해 2분기 남성 부문 매출에서 1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남성 신규 가입자 수는 1분기 대비 2.5배 늘었으며, 오프라인을 통한 남성 회원 가입자 수도 50% 증가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기존 에슬레저룩에 비즈니스 디자인 느낌을 더해 기능을 확대해 슬랙스, 와이셔츠를 선보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남성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아져, 브랜드들도 이를 고려해 남성복 라인을 확대하고 중성적인 느낌을 살려 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맨즈 패션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회사 유로모니터는 국내 남성복 시장은 지난 2019년 12조원에서 올해 1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찬 한국패션산업협회 부회장은 “남성복 시장이 다양화되고 커지면서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시장에서 가지는 입지가 확장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본래 신사복에 집중되어 있던 남성복 시장에서 패션 기업들이 어떻게 옷을 캐주얼화하고 고객의 니즈를 맞춰 스타일을 많이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