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주류를 담아 숙성시키는 통)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우드 톤 복도를 따라가면 비밀스러운 문이 나온다. 문을 여니 다른 세상이다. 증류소가 폐쇄돼 세계에 몇 병 남지 않은 희귀 위스키가 전시되어 있고,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추천받아 즐길 수 있는 룸이 마련되어 있다.
3일 기자가 방문한 ‘더 디스틸러스 라이브러리’는 신라호텔이 내세운 위스키 특화존 라운지다. 위스키 명가로 알려진 윌리엄윌리엄그랜트앤선즈와 손잡고 만들었다. 프리미엄 위스키 브랜드인 레이디번, 글렌피딕, 발베니 등의 희귀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
라운지는 총 네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위스키 컬렉션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리테일 공간을 시작으로 △다양한 취향에 맞춰 시음을 해 볼 수 있는 테이스팅 룸 △위스키와 함께 안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 △음식과 함께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는 다이닝 룸으로 구성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공간이 프라이빗 분위기를 더했다.
다이닝 룸으로 들어가니 50여년 전 증류소가 폐쇄돼 전세계에 한정 수량만 유통되는 ‘레이디번’이 전시돼 있다. 레이디번은 10병 묶음이 4억5000만원을 웃돈다. 글렌피딕 ‘아카이브 컬렉션’, 발베니 레어 매리지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한다.
디스틸러스 라이브러리는 위스키 전문가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직원이 상주해 있다. 박물관 도슨트처럼 ‘위스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60년간 숙성된 위스키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어떤 물로 만들어졌는지, 이 위스키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내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추천받고 그 자리에서 즐길 수도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디스틸러스 라이브러리는 위스키를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위스키를 더욱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온전히 위스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위스키 클래스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호텔계는 위스키를 내세워 고객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콘래드 서울은 기존 ‘37바’를 200여종의 프리미엄 위스키를 취급하는 위스키바로 단장했다. 전 세계에 200병만 생산된 글랜로티스 12년산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기도 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주류 페어링 프로모션를 선보인다. 런치 및 디너 코스에 위스키 페어링을 곁들여 함께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든 사람이 마시는 올드한 술이라는 인식이 사라지면서 위스키 입문 문턱이 낮아졌다”며 “이제는 젊은 층 사이에서도 가격대가 좀 비싸지만 좋은 위스키를 마시는 것을 하나의 경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들어맞아 많은 호텔들이 위스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호텔이 선호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