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태극마크 주인공은 최정이 아니라 김은지였다. 오랜 시간 여자 랭킹 1위로 군림했던 최정 9단의 하락세가 완연한 가운데 여자 바둑계의 떠오르는 태양 김은지 9단이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4년 마다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바둑 최고의 무대 응씨배 국내 선발전에서 한승주⋅김진휘⋅홍성지 9단이 남자부 티켓을, 김은지 9단이 여자부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막을 내린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 국내선발전 결승에서 한승주⋅김진휘⋅홍성지 9단은 각각 안성준 9단, 박상진 7단, 강동윤 9단을 꺾고 선발전을 통과했다.
김은지 9단은 여자 대표로 선발됐다. 여자 랭킹 2위로 치고 올라온 김은지 9단은 선발전에서 3위 김채영 8단과 4위 오유진 9단을 연달아 꺾었다. 1위 최정 9단은 준결승에서 오유진 9단에게 일격을 맞아 탈락했다.
선발전을 통과한 네 선수는 모두 응씨배 첫 본선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응씨배 본선에는 한국 13명, 중국 20명, 일본 11명, 대만 9명, 미주 2명⋅유럽 2명⋅동남아 1명 등 총 58명이 출전한다. 한국은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김명훈 9단 등 톱5를 포함한 시드자 9명과 선발전 통과자 4명이 출전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본선 1⋅2회전은 오는 20일과 21일 온라인 대국으로 진행되며, 시드를 받은 전기 대회 우승자 신진서 9단과 준우승자 중국 셰커 9단을 제외한 56명의 선수가 16강 진출을 놓고 토너먼트를 벌인다.
한국은 지난해 8월 코로나 여파로 미뤄졌던 9회 대회에서 신진서 9단의 우승으로 2회 대회 연속(7⋅8회) 중국에 넘겨줬던 우승컵을 2009년 이후 14년 만에 되찾았다.
1988년 창설된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應昌期)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 빅 흑승)이다. 응씨배 우승상금은 단일 대회로는 최고 액수인 40만달러(약 5억4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만달러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