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한은의 예상경로를 상회하는 점, 글로벌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부분이 동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는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참여한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기준금리가 동결된다면 총 10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예측의 가장 큰 원인은 ‘물가’다. 지난 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아직 높고 전망도 둔화할지 불확실하다는 점 등에서 올해 상반기 중 금리인하는 어렵지 않나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창용 총재의 전망처럼 국내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예측경로(3% 이하)보다 높은 상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2월(3.1%)과 3월(3.1%) 두 달째 3%대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채도 금리인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0.4%로 둔화했으나, 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난 860조원을 기록해 12개월 연속 올랐다. 2월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 증가 폭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비교적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내려갈 경우 다시금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도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잘못된 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금리정책을 잘못해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해결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게 한국은행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6월 통화정책에 대한 처방전을 내놓고 싶지 않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6월) 금리 인하가 부적절한 행동일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해 둔화하고 있다는 더욱 큰 자신감을 가지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재까지 견조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진전에 비춰볼 때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추가적인 지표를 기다릴 시간이 있다”고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국내·해외 모두 물가 둔화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레벨”이라며 “물가경로를 더 확인한단 차원에서 한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만 부각되고 있을 뿐 연내 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점에서 한국은행 또한 국내 내수 부진 상황을 고려할 때 인하 가능성을 다 닫지는 않고 하반기 7월부터 금리인하를 진행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가 동결되지만 메시지가 비둘기(완화 선호)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모두 상승할 위험이 있지만 내수 부진, 부동산PF 구조조정 가능성, 가계대출 증가율 둔화 등 비둘기적 요인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 총재는 정책금리 인하 시기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올 하반기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한은이 5월부터 7월까지 명백한 비둘기적 신호를 표시한 후 올해 8월, 11월에 이어 내년 5월, 11월에 0.25%p씩 총 네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