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과 수면제 대리 처방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에 넘겨진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이 선수시절 소속팀 후배 야구 선수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23일 오재원의 전 소속 구단 두산 베어스는 전날 “구단 자체 조사를 통해 소속 선수 8명이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받아준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사실을 KBO 클린 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 구단은 “자체 조사는 오재원의 문제가 불거진 3월 말쯤 진행됐으며, 관련 선수들은 현재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며 “팬들과 리그 구성원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두산 선수들의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로 2군 선수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은 선수들의 대리 처방은 오재원의 강요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오재원은 2021년부터 후배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끊임없이 대리 처방을 강요하면서 “수면제를 받아오지 않으면 칼로 찌르겠다”거나 “팔을 지져 버리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해당 사안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두산 구단의 조사와 경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7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 협박 등),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오재원을 구속기소 했다.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