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에 맞춰 EDR(사고기록장치)에 기록되는 0.5초 간격을 0.1초 단위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기차는 내연차보다 급가속할 수 있어 세밀한 단위로 측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DR은 국내에서 사고 발생 시 사고 직전 상황을 기록하는 데이터로 활용된다. EDR 데이터는 이벤트 시점(충돌, 사고기록장치의 기록 요건에 부합하는 물리적인 충격)을 기준으로 사고 직전 5초의 주행 데이터가 0.5초 단위로 기록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직전 5초를 0.5초 단위로 기록하고 있는 현행 기준이 전동화 시대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EDR에 관한 세부 시행규칙은 지난 2014년 2월 제정됐다. 오는 9월 수정된 자동차관리법 시행 규칙이 발표되는데 국토교통부에서는 EDR 기록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EDR 기록값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향후 실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자동차 제조사와 자동차 안전연구원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기술 기준을 동일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어떤 기준을 신설할 경우 현재 운행되고 있는 차에 대해서는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떤 기준이 바뀐다는 것은 자동차의 설계부터 생산 라인을 바꾸는 것으로 국제 마찰이 우려될 수 있는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아지면서 필수 운행 정보 항목인 EDR 데이터 신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EDR 데이터는 5초를 0.5초 단위로 기록해 10개밖에 기록이 안 돼 뚜렷하지 않다”며 “전기차는 급가속이 높아 더 세밀하게 기록해야 한다. 공학적으로 어렵지 않다. 현재 기술로 0.1초마다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쿠키뉴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제조사 측에 EDR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기록 단위를 늘리는 것에 대해 질문하자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메모리값이 저렴해졌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이벤트가 생기면 다 기록하는 게 아니라 앞에 기록된 데이터를 밀어내는 방식이다”라며 “따라서 메모리가 커야 할 필요가 없다. 메모리값이 저렴해진 데다 기술도 뒷받침 돼서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동화 시대에 EDR 기록값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0.1초 단위로 기록하면 50개의 데이터가 쌓인다. 앞뒤로 10초씩 기록하는 것도 개선책이다”라고 덧붙였다.
공영식 전 한국원자력발전소 관계자는 기존 EDR 측정 방식을 전기차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공씨는 “전기차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 같은 방식의 가속페달이더라도 동력의 반응도는 기계와 다르다”며 “전기차에 적합한 전기, 전자제어 기술을 가미한 측정 방식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EDR 데이터값은 %로 기록되는데 전기차는 전압 크기로 표기해 기존 측정법은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