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부족⋅과도한 참가비…바둑리그 후원 끊는 구단들

홍보 부족⋅과도한 참가비…바둑리그 후원 끊는 구단들

연간 8500만원 지원했던 순천시, 이번 시즌 후원 철회
바둑리그 우려 속에 최정 9단 불참 후폭풍도 일파만파

기사승인 2024-06-05 11:22:38
2023-2024 시즌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오프닝 미디어데이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프로 바둑 선수들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바둑리그’가 흔들리고 있다. 타 종목에서 한 번 후원을 시작한 구단은 쉽사리 팀을 해체하는 결정을 하지 않는 반면, 바둑에선 유독 중도 하차하는 구단이 늘어나는 추세다. 

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여자바둑리그에 상징적인 팀인 순천시와 서귀포시가 불참한다. 특히 순천시는 주암면에 한국바둑중고등학교를 품고 있는 데다가 ‘순천만국가정원배 전국학생바둑대회’를 개최하는 바둑 친화적 도시여서 더 타격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감독 1명에 선수 4~5명 정도 소규모로 운영되는 여자바둑리그에 지난해 8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는데, 큰 비용을 낸 것에 비해 지자체 홍보 효과가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보조금 대부분이 한국기원에 내는 참가비로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기원 측에서 별다른 홍보 활동 없이 유니폼에 순천시 팀 로고를 붙이는 정도만 해줬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국기원 측은 여자바둑리그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쿠키뉴스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프로 바둑 기전 주최⋅주관에서부터 대회 운영, 자회사인 바둑TV 방송 중계까지 도맡고 있는 한국기원은 소속 프로기사에 대한 권리 등 사실상 프로 바둑계 모든 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둑리그에 구단 형태로 참가하는 팀들조차 선수와 직접 계약을 맺지 못한다. 한국기원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고, 기간이 지나면 다시 방출해야 한다.

“육체 및 정신 건강이 좋지 않아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24 시즌 여자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한 최정 9단. 한국기원

이런 가운데 열 번째 시즌을 맞이한 여자바둑리그는 올해 중차대한 기로에 섰다. 2020년 여자바둑리그에 첫 입성한 신생팀 ‘보령머드’가 팀 창단과 동시에 ‘지역 연고’ 선수로 데려왔던 주장 최정 9단이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을 100% 운에 맡기는 드래프트 추첨 대신 구단이 주요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추가 비용을 들이는 외국 용병 선수 영입이 있고, 지역 연고제를 통한 사전 지명이 있다.

보령시는 충남 보령 출신인 최 9단을 보유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을 바탕으로 여자바둑리그를 다년간 후원해 왔는데, 이번 시즌을 최정 없이 치른 이후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바둑리그에선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3년간 보유했던 팀이 기간 만료로 신 9단을 드래프트 시장에서 놓친 이후 한 해 뒤에 후원을 철회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최정 9단의 불참으로 큰 타격을 입은 보령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한국기원으로부터 최정 9단이 올해 여자바둑리그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면서 “보령 팀에서는 선수 드래프트에서 일본 스미레 선수를 뽑는 것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여자바둑리그 타이틀 스폰서인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9년 동안 여자바둑리그 간판 스타로 활약했던 최정 9단이 빠진다면 리그 흥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농협은행은 대회 흥행도 중요하지만 여자 바둑리그 저변 확대를 위한 사회 공헌적인 성격으로 후원하고 있다”면서 “흥행 여부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쿠키뉴스는 바둑 팬들의 현장 ‘직관’ 문화 조성 등 바둑리그 흥행 방법 모색에 대한 입장을 한국기원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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