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바둑 레전드 최정 9단이 10년 역사상 처음으로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걱정과 기대가 반반 뒤섞인 채 출발한 여자바둑리그가 선수 선발식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관심이 집중됐던 일본 천재 바둑소녀 스미레는 신생팀 평택에서 드래프트 전체 1지명으로 데려갔다.
5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2024 NH농협은행 여자바둑리그 선수 선발식이 열렸다. 이날 단연 최고 화두는 최정 9단이 빠진 보령머드에서 스미레 3단을 뽑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여자바둑리그에 팀을 만들어 후원하고 있는 보령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최 9단이 빠진 빈자리에 대한 대책으로 스미레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100% 운에 의해 결정되는 추첨 결과, 보령머드 순번은 최하위로 밀려나면서 한국 신예 기사 김민서 3단을 주장으로 전격 발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사이에 바둑리그 컴투스타이젬 팀 감독을 역임한 이후 팀이 해체되자 여자바둑리그 평택 팀 지휘봉을 잡게 된 안형준 감독이 발 빠르게 스미레를 낚아챘다.
최정 9단 없는 첫 번째 시즌을 치르게 된 보령머드 김미리 감독은 “(추첨 순번) 4번 안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김 감독은 “3지명에서 이슬주 선수 뽑을 수 있어 만족한다”면서 우승을 각오로 밝혔던 예년 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잡고 조금씩 상향하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여타 스포츠에서 신인 선수에 대한 드래프트만 진행하는 것과 달리, 여자바둑리그는 지역 연고⋅보유 선수 등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에 대한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한다.
여자 랭킹 1위 최정 9단은 불참, 2위 김은지 9단은 여수에서 보호한 가운데 전체 드래프트 1번을 뽑은 부광약품 권효진 감독이 김채영 8단을 지명했다. 김 8단은 지난달 막을 내린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울산 고려아연 5지명으로 활약하면서 팀 우승에 기여한 바 있다.
이어 부안 김효정 감독은 오유진 9단을 지명했고, 평택 안형준 감독이 한국 강호 조승아 6단 대신 망설임 없이 일본 스미레 3단을 호명하면서 선수 선발식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안형준 감독은 “평택시에서 지원해주신 덕분에 창단 첫 해인데도 용병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다”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출사표를 올렸다. 이날 안 감독은 바둑리그와 여자바둑리그에서 모두 감독을 맡아본 유일한 사령탑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최정이 빠진 자리에 김은지라는 필승카드를 손에 쥐면서 단숨에 강팀으로 분류된 이현욱 여수 감독은 “저희 팀에 오기 힘들 걸로 생각했던 선수들이 와서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바둑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는 이 감독은 “유튜브는 잘 되고 있는데 여자바둑리그 성적이 나지 않아서…여수 가는 발걸음이 해가 갈수록 무겁다”면서 “올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갈 수 있도록 우승을 목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오는 6월5일 선수선발식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다. 8개 팀이 경합하는 여자바둑리그 우승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상금은 3500만원이며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각각 수여된다. 상금은 해당 팀 선수 4명이 나눈다.
단체전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 매 라운드마다 승자에게 130만원, 패자에게 40만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3대 3 단체전으로 펼치는 여자바둑리그 특성상, 해당 라운드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가 발생하는데, 미출전 선수에게는 10만원의 수당을 준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