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청렴도 ‘악화일로’…방만경영에 내부 비위 심각 [공기업은 지금]

수자원공사 청렴도 ‘악화일로’…방만경영에 내부 비위 심각 [공기업은 지금]

- 지난해 직원 징계처분 49건, 전년 16건 대비 급증
- 청렴도 4등급(미흡) 머물러…윤리헌장 등 효과 미비
- 해외사업 횡령 등 크고 작은 문제 지속…신뢰 흔들

기사승인 2024-06-12 06:00:25
한국수자원공사 대전 본사. 수자원공사 

매년 크고 작은 임직원 비위 행위로 내부 기강 해이 지적을 받아온 한국수자원공사의 청렴도가 지난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징계처분 사례도 함께 늘어 내부 분위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자원공사의 직원 징계처분 사례는 지난해 49건으로 2022년 16건 대비 크게 증가했다. 

2019년 57건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았다가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2020년 23건, 2021년 16건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1분기 기준 벌써 6건의 징계처분이 있었는데 그중 3건이 해임·정직 등 중징계에 해당했다.

이로 인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하는 종합청렴도 평가등급도 2022년 3등급에서 지난해 4등급으로 역주행 했다. 2021년과 2022년(3등급)을 제외하면 2018년부터 쭉 4등급을 받았다. 4등급은 ‘미흡’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평가등급 최하인 5등급의 바로 다음이다.

매년 이러한 낙제점을 받아오면서 그동안 수자원공사의 윤리경영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청렴책임확대, 내부신고제도 기능 등을 통한 자정기능강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문제들을 바로잡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손실을 보고 있는 해외사업에서도 직원의 중대한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조지아 JSC넨스크라하이드로 수력발전 사업에 파견된 직원 B씨는 지난해 1월 약 8억5000만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기존 회계직원이 2022년 말 그만두면서 자금 업무를 혼자 맡게 된 B씨는 회사로 알림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액을 반복해서 이체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문제는 JSC넨스크라하이드로 사업이 수자원공사의 실적 감소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조지아 스와네티 지역 넨스크라강 일대에 수력발전소와 댐, 터널 2개소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2015년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지 주민 민원, 주민 현장 시위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지분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2022년 말 기준 11개 해외 출자회사(종속기업 8개, 관계기업 3개)에 모두 5730억5600만원을 투자했다. 

이중 조지아 JSC넨스크라하이드로, 필리핀 앙갓하이드로파워 사업의 장부가액이 0원으로 평가됐다. 두 곳의 투자 금액을 합산하면 3276억9500만원 규모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수자원공사는 매출 4조5709억원, 영업이익 3129억원, 순이익 3593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대비 각각 4%, 47%, 12% 감소했는데, 해외사업 환산손실 규모만 135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B씨의 횡령은 그가 무단결근을 한 뒤에야 수자원공사가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었다. 

지난해 말 환경부가 실시한 수자원공사 감사에서는 수자원공사의 사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민간 위원이 대표로 있는 A단체가 환경부 산하기관 위탁사업을 유독 많이 수행했다는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2020년 ‘개방혁신R&D 연구개발 사업’ 공모에 A단체가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심사위원들이 동료 위원이 대표로 있는 단체의 사업계획을 평가하고 선정되는 데 관여한 셈이 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인이 공모기업 심사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내부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수자원공사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지적된 후에야 당시 수자원공사 측은 “모호했던 기준들을 개정하는 등 내부 조치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내부 기강 해이 문제가 지속 발생함에도 이처럼 수자원공사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태의 수습이 반복되면서, 수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관련 막중한 역할을 맡은 수자원공사에 대한 신뢰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업계의 경우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로 공사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사업자 입장에서도 마음 편히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면서 “수년째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만큼, 단순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닌 공사 차원의 문제로 여기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