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이 이렇게 무기력하면 되나”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이 연일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여가 다 지났지만, 집권여당의 효능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수선한 상황인 것은 어느 정도 맞지만, 그저 국민들에게는 존재감 없는 꼰대 정당으로만 비춰지고 있다. 특히 정치력과 전투력 모두 상실한 채 패잔병처럼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면서 ‘식물 정당’이라는 오명까지 씌워지고 있다.
우선 당 지도부의 유약한 모습이 문제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지난 5월 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창당 수준을 넘어선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혁신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라고 해도 너무 존재감이 부족하다.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너무 양반 같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총선 참패 이후 야당의 독주는 이미 예측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해야 했지만, 야당이 수용하지 않으면 별수 없이 지켜보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만을 견지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일부 당내 요구에 부응해 최근 얼마 동안 원구성 협상안 등을 만들어 제시해 변화를 꾀했지만, 결국 민주당의 거절 통보에 좌절되고 말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맞붙어 싸워야지 차일피일 싸움을 피하기만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나간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고 속수무책 당하는 게 무슨 집권여당의 모습이냐”고 성토했다.
당 지도부뿐 아니라 원내 의원들의 치열함과 간절함도 부족한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지금처럼 초선들이 조용한 때를 보지 못했다”며 “보통 국회에 첫 입성한 초선들은 닳고 닳은 기존 의원들과 달리 뭔가 해보자는 의욕을 발휘하기 마련인데 특별히 따로 만나 논의하거나 이런 모습들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원총회에서는 선수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더니 왜 끝나고 나면 입을 싹 닫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초선들이 삼삼오오 모여 단체행동에 나서면 재선도 움직이고 3선 이상들도 자연스럽게 모여 머리를 맞댈 수 있는데 너무 태연해 걱정”이라고 부연했다.
의원들은 원구성 완결을 통한 국회 정상화보다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대세론, 나경원 대항마론 등 다양한 얘기가 도는 가운데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누가 당권을 쥘지 관망만 하고 있다.
오랜 정치 경력을 지닌 국민의힘 고문급 인사는 2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 대표를 뽑기도 전부터 줄 설 고민을 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대와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숨겨진 이들을 찾고 발굴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며 “‘네임밸류(유명세)’를 앞세우거나 누구 뒤에서 자리만 보전하려는 이들만 가득하면 당은 또 그 수준일 수밖에 없고, 곧 고꾸라질 것”이라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완성품을 찾아 당대표로 세우려고 할 때가 아니다. 진짜 보수 정당의 가치를 실천하고 세울 수 있는 숨은 인재를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정치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실이 정치력을 발휘해 실마리를 마련해야 할 타이밍인데 여의도와는 너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제기된 세제개편안 등을 화두로 여야 대표와 만나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일이지만, 오랜 침묵만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첫 문을 열었으니 앞으로 자주 만나자, 소통하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한 말을 상기해 보면 지금이 적기라는 평가다.
익명의 국민의힘 원외위원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들이 정치의 의미를 잘 알고 싸울 때는 싸우고, 협상할 때는 협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지금이야 말로 대통령께 충언을 할 때”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